김선희 심리치료사의 '마음과 소통하기' -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조종술 "가스라이팅(Gaslighting)”
김선희 심리치료사의 '마음과 소통하기' -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조종술 "가스라이팅(Gaslighting)”
  • 김선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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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리치료사 로빈 스턴(Robin Stern)박사는 ‘사람을 움직이는 백가지 심리법칙’에서 ‘가스등 이팩트(Gaslight effect)’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 명명된 것은 1938년 영국에서 상영된 연극<가스등, Gas Light>에서 비롯된 말이다. 당시 연극 ‘가스등’에서 남편은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로 어둡게 만들고 부인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고 아내를 탓한다. 이에 아내는 자신의 현실인지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결국 남편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의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해서 타인에 대한 통제능력의 상실과 의존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스턴박사는 “피해자가 잘못이 없어도 모든 것이 자기 잘못인 것 같고 가해자가 조금만 친절을 베풀어도 미안한 마음이 들고 이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하는 마음과 가해자를 믿고 의지하거나 떠나지 못하는 병리적 심리상태”로 정의 하였다.

가스라이팅은 가장 친밀한 관계 속에서 오히려 자주 일어난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가해자(gaslighter)와 상대방이 자신의 현실감을 좌우하도록 허용하는 피해자(gaslightee)사이에서 발생한다. 가족이나 연인 등의 친밀하고 동등해야 할 관계가 ‘갑’과 ‘을’의 수직관계로 나타날 경우, 기울어진 권력으로 변질되어 다른 한쪽에게 권력적으로 통제 우위 건을 바라게 될 때 나타난다.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물리적 폭력대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 통제를 통해 상대방을 교묘히 조종하는 것이다. 가해자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피해자는 인지하지 못한다. 가해자의 반복적인 상황 조작과 거짓말에 노출된 피해자는 자신의 현실감각, 판단력, 기억력에 의심을 품게 된다. 결국 스스로의 대한 확신이 약해지고 가해자의 영향력은 점점 커진다. 그로 인해 자신의 통제권을 상실하고 가해자에게 넘겨주게 된다.

스턴박사에 따르면 가스라이팅은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당연한 사실에 대해 상대방이 의문을 제기할 때, 혼란스러워하며 그를 설득하려는 것으로 ‘불신’이다. 1단계가 일상화 되면 2단계로 넘어가는 ‘자기방어’단계다. 피해자가 아직 자기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방의 비난으로 인해 지친상태이다. 3단계는 피해자의 생각과 감정이 가해자에게 예속된 상태로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포자기한 채 자신의 판단력과 감정을 신뢰하지 않는다. 마지막 단계를 ‘억압’이라고 하며 ‘영혼을 파괴하는 단계’로 이미 이 단계에서 접어들었다면 통제권을 상실하고 자신을 비난하며 우울증이나 무기력감에 빠지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소유욕에서 발생되기도 한다

주변에 남의 의견을 이해하지 않고 불신하며 타인의 요구나 감정을 하찮게 여기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타인을 자신의 마음대로 길들이며 통제하려는 것이다. 항상 계획적이거나 의식적으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도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소유욕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의 기억을 무조건 불신하는 행위나 실제 발생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척하거나 생각을 의심하는 행동, 자신이 했던 약속을 부인하는 등의 거짓말도 정신적 통제의 방식이다. 가해자의 행동 특성을 살펴보면, 의도적으로 훤히 보이는 거짓말하기, 기억을 의심하기, 올바른 반응을 과잉반응이라 치부하기, 사과하게 만들기, 말 무시하기, 다른 사람들 앞에서 비난하기, 기억 안 나는 척 하기, 능력 깎아내리기, 친절하고 착한 척 하기, 친한 사람들과 이간질시키기 등이 보여 진다. 스턴박사는 가해자의 세 가지 유형에 대해, 피해자에게 큰소리를 지르며 감정을 폭발시키고 비난하는 난폭한 유형, 피해자는 가해자의 자아도취적 성향을 낭만적인 사랑으로 오해하고,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로 재창조하는 매력적인 유형, 부모나 단짝 친구, 충실한 배우자같이 피해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선량한 유형 등이다. 세 번째 유형이 가장 알아차리기 힘든 유형이다. 친밀한 관계에서 이런 행동들이 보여 진다면 당장 관계점검이 필요하다. 이들이 자신의 학대행위를 인정하고 스스로 변하기를 원한다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겠지만 이미 학습된 행동방식이나 우월감과 같은 감정은 쉽게 변하기가 어렵다. 가족이라면 상담을 권유하겠지만 연인이라면 바로 헤어지는 것을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 가스라이팅은 데이트폭력에서도 여지없이 보여 지기 때문이다.

로빈 스턴 박사는 자신의 저서<가스등 이팩트>에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것이 함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상대방의 말을 믿고 그에 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때 상대방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기에 자신은 이미 유능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과, 상대방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의 보살핌과 환상에 의존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에게 내가 조종당하고 있다면 빨리 그 굴레에서 벗어나라. 주변을 잘 돌아보고 나의 정서적 통제권을 타인에게 넘기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김선희 칼럼니스트  bodo@nd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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