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시절부터 분투해온 그녀가 서있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할 또 한번의 무대 제공

자신의 33번째 음반 출시라고 하는 정경화의 아름다운 저녁(Beau Soir)을 음반으로 주의깊게 들었다.

정경화의 20-30대 연주하면 아시아의 마녀로 불꽃튀는 음악적 이미지, 날이 선 날카로운 열정적 이미지가 많은 이들에게 박혀있다. LP로 남아있는 1970년의 앙드레 프레빈과 런던심포니와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1974년 브루흐 바이올린협주곡 No.1의 정경화 연주를 들어보면 이런 젊은 날의 열정적 날이 여전히 서 있다.

정경화가 70세를 맞아 2018년 발매한 그녀의 33번째 정규앨범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포레,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타계 100주년을 맞은 드뷔시의 사랑스런 소품들로 꾸며진 프렌치 앨범으로 <아름다운 저녁>의 프랑스 에스프리와 32년만의 새 녹음을 했다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정취있게 수놓아져 있다. 한마디로 편안함을 준다고 할까, 케빈 케너의 반주에 곁들여진 여유로움이랄까 달관이라고 해야할 선율이 녹음돼있었다.

그녀의 33번째 아름다운 선율 음반출반을 기념해 열린 지난 6월3일 일요일 오후 잠실 롯데콘서트에서의 정경화 바이올린 리사이틀도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의 열기로 정경화의 흡인파워를 실감케하는 이런 연장선상에 있는 리사이틀이었다.

70년 바이올린 연륜의 묵직한 현의 음질을 느끼게 한 첫곡 포레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 A장조, Op.13>부터 20-30대의 날카로움 대신 세월의 연륜이 커버해준 무대를 연출했다. 관객의 귀에 가장 귀익은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는 이날 연주회를 또 하나의 아름다운 저녁으로 수놓기에 적절한 선곡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정경화는 추억속으로 사라진 사라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전성기 시절부터 분투해온 그녀가 서있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할 또 한번의 무대를 제공한 연주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공식적으로 정경화 바이올린 연주회를 최근 마지막으로 접한 것은 2015년 4월28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IMMORTAL 정경화: 불멸의 바이올린연주회>였는데 이때도 30대의 불꽃튀는 음악적 에너지나 예전의 호쾌한 보잉대신 정경화의 바이올린이 immortal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연주회로 기억에 남아 있다. 때문에 90살이 넘어 연주를 들려주던 이브리 기틀리처럼 불멸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정경화가 불멸함을 보여주는 바이올린 연주회를 기대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바램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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