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공조의 멀티 플레이어 이충환 대표

냉동공조의 멀티 플레이어 이충환 대표

‘공조 설비부터 크린룸 시공, 산업용 냉동기 생산.... 전기와 종합건축까지 아우르다’

 

베트남 북부 박닌성 뜨선 공단에 자리 잡은 이충환 대표에게는 두 개의 명함이 있다. 베트남 현지인과 합작하여 설립한 ㈜청송E&C와 이충환 대표가 독자적으로 설립한 ㈜CS TECH이다. ㈜청송E&C는 2008년 법인으로 설립해 올해 10년차가 된 공조설비, 크린룸 전문 시공 및 종합건설회사이고 ㈜CS TECH는 2015년 설립한 산업용 냉동기(칠라) 생산업체다.

베트남은 기회의 땅

이충환 대표는 지난 2008년 한국투자증권의 의뢰로 한국투자증권 합작회사의 공조 설비를 맡으며 베트남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올해로 베트남에 들어온 지 10년차다. 당시 한국에서 공조 설비 사업을 하고 있던 이 대표는 “사업이 순탄하게 흐르고 여유가 생기자 약간의 권태기를 느끼고 있을 때였다”며 “마침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베트남으로 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와 실사 팀과 함께 들어오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탁월한 선택 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재 베트남에서 공조 설비와 크린룸은 물론이고 전기 종합 건축까지 발을 넓혀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있었다면 공조 설비만 계속 하고 있었겠죠. 열악한 베트남이었기 때문에 토목, 전기까지 섭렵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베트남은 그에게 ‘기회의 땅’이었다고 말했다.

공조 설비와 크린룸... 산업공장에 특화

㈜청송E&C가 맡고 있는 공조 설비와 크린룸은 산업용 공장에 특화되어 있다. 반도체, 정밀기기, 의약제품 등 실내 환경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공장들이다.

토목은 2009년 골프장 설비를 하다 맡게 되었다. 신축 골프장 바닥의 배수·배관을 작업해 준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전기는 2011년 한 기업에 공사 수주를 넣었는데 전기와 설비가 같이 묶여있었다. 당시 베트남 여건상 전기만 따로 하도급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해 고민하던 중에 직원 중 한 사람이 전기공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한번 해보자’ 라는 도전 의식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 대표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굉장히 커졌다”며 “판금, 크린룸 장비 제작, 배전반 제작 등도 자체적으로 하고 있어 건축까지 손을 뻗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라면 이런 일이 가능 했겠냐”는 그는 “낙후된 베트남에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냉동 분야로 외길인생을 살다

충북 단양이 이 대표의 고향이다. 경북 영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 생활했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 공백기에 냉동 학원을 다닌 것이 이 일의 초석이 되었다. 당시에는 냉동이 유망한 직종이었다.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군 제대 후 81년도에 ‘세기냉동 센츄리’에 입사해 88년까지 근무했고 그해 10월에 퇴직해 사업의 길을 걸었다. 다소 이른 시기였다. 그렇게 15,6년을 사업을 하다 2008년 베트남 행을 탄 것이다. 그때가 그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 였다고 그는 말했다. 

㈜CS TECH 설립, 산업용냉동기 샘플 완성

이 대표는 베트남에서 공조 설비 사업을 하던 중 베트남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산업용냉동기(칠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3년 전 ㈜CS TECH를 설립해 산업용냉동기(칠라) 생산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사용되어지는 산업용냉동기(칠라)는 전부 한국과 중국 또는 외국산으로 수입되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 대표는 “작지만 일부분이라도 제조를 해야겠다 싶어 시작했다”며 “현재 샘플 4개를 만들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해 일부 부품은 수입해 들어오고 나머지는 ‘아림공조’라는 전문 제조 회사와 협력해 완성했다. 이 대표는 “올해 처음 샘플이 나온 만큼 홍보와 영업 활동을 펼쳐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금 계산서 쉽게 끊을 수 있는 시스템 시급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며 힘든 점은 역시 세금 문제다. 영업 활동을 하며 쓰게 되는 경비부터 소소한 것 까지 모두 합치면 상당한 금액인데 세금계산서 받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것이 나중에 세금 폭탄으로 떨어지고 좀 봐달라고 사정이라도 하면 뒷돈을 요구한다는 게 베트남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세금 계산서 만이라도 쉽게 끊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면 좋겠다”며 “나날이 좋아지고 있으니 이 부분도 곧 개선이 되지 않겠느냐”고 희망했다.

정책 제안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새로운 아이템만 있으면 그 사업을 육성하려고 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많이 한다. 베트남도 그런 정책이 마련된다면 더 빠른 속도로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베트남에 들어와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 대표는 그동안 베트남이 참 많이 변화했다며 직원들의 마인드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곳에서 이 대표와 함께 일하는 현지인들은 100여명이다. 이중에는 창립멤버들도 있다. 이 대표는 “한국적 관점으로 직원들을 다루면 안 된다. 베트남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 문화에 젖어들면 베트남은 꽤 괜찮은 나라”라고 설명했다.

 

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특히 공장을 짓거나 규모가 큰 사업일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되돌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 조급하게 하다보면 꼭 문제가 발생한다”며 “전문가나 업무 관련자들과 충분한 정보를 공유 한 후에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다 전문가는 아니다”며 “한국에서도 충분히 여러 미디어를 통해 더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베트남 뿐 아니라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그 곳의 역사와 문화를 먼저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베트남의 남쪽 경제의 중심지인 호찌민에서 30여km 떨어진 동나이시에 지사를 두고 있다. 사무실만 있는데 이곳 뜨선 공단이 안정화 되면 그곳에도 공장을 추가 설립 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현지 투자자가 있다면 함께 합작해 설립할 의향도 있다고 내비쳤다. 마인드가 같다면 함께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그는 판단했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함께 해준 한국인 직원과 베트남 직원들 그리고 묵묵히 믿음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아내와 가족의 힘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장이 가능했다”며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이제 그 탄탄한 기반 위에 인생의 새로운 2막을 설계 한다”며 “앞으로 더 크게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마지막 소견을 밝혔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