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반발…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

현대자동차그룹이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양자 간의 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14일부터 주주들에게 지배구조 개편에 찬성하는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등 주총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반대 의사 접수도 같은 날 시작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존속하는 현대모비스를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로 삼을 방침이다. 그러나 엘리엇은 “오너 일가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으로 주주들이 손해를 볼 위험이 크다”며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단 엘리엇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1.6% 정도에 불과해 현대차그룹이 크게 걱정할 일은 없어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엘리엇의 ‘반대 깃발’ 아래 얼마나 많은 주주들이 몰리느냐다. 엘리엇 주장에 다른 주주들이 동조하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첫 단계부터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기아차(16.88%)에 이어 2대 주주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현대차그룹 우호지분은 총 30.17%다. 분할·합병이 성사되려면 상법상 의결권 있는 주식을 든 주주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찬성표를 던졌다가 홍역을 치렀기에 이번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은 이번 주부터 현대모비스 분할 및 합병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전망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안은 현대차그룹과 엘리엇 양측의 편을 갈라 진영논리로 판단해선 안된다”며 “무엇이 국민연금의 중장기 가치에 도움이 되는지 합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주가도 중요한 변수다. 주가가 주총 직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23만3429원) 아래로 떨어지면 주주들이 개편에 반대하면서 주식 매수를 회사에 요청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분할 및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 측에 보유 중인 주식을 행사가격에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현대모비스는 분할 및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금액 한도를 2조원으로 설정한 상태다. 반대 주주 9%가량을 흡수할 수 있는 규모다. 만일 9% 이상의 주주들이 반대해 현대모비스가 지급해야 하는 대금이 2조원을 초과하면 분할 및 합병 계획을 다시 논의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지난 11일 23만70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전일 대비 2.38% 오른 수치지만 아직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주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주주친화 정책’을 계속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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