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장에서 7년간 숙식한 제조‘꾼’ 제조업 2세,
현대SM비나 이래유 법인장의 성공비결은 ‘아버지의 가르침’

베트남에 진출한 제조업체 중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꽃을 피운 제조업 2세가 있다. 현지에서 제조‘꾼’으로 통하는 현대SM비나의 이래유 법인장이다.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노력한 결과 10년 만에 투자 자본금을 모두 회수하게 되었고 잉여 자본금으로 새로운 공장도 건설 중이다. 베트남 현지인들과 더 많은 소통과 교류로 성공 신화를 쓴 이래유 법인장의 이야기를 본지를 통해 소개한다.

 

부끄럽지 않은 아들

현대SM비나는 현재 고인이 된 이병순 대표가 30년 전 창립한 ‘신발 가죽 합성 피혁 PU코팅’ 전문 제조업체다. 고 이병순 대표는 신발 업계들이 대거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함에 따라 납품기일과 수주량을 맞추기 위해 2008년 5월 1일 베트남 빈증시에 공장을 설립하게 되었다. 100% 수출기업으로 판로 무대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이다.

현대 SM비나의 이래유 법인장은 고 이병순 대표의 아들이다. 당시 한국 본사에서 근무 하다 창립 두 달 전 베트남 법인장으로 발령받아 오게 되었다. 이곳에 와 현지인 교육과 신제품 출시를 진행하던 중 아버지 이병순 대표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당황스러웠던 그는 한국에 있던 공장 3개 중 2개를 정리해 상속세로 내고 사후 모든 일 처리를 끝낸 후 다시 베트남으로 들어왔다. 제조업 2세들이 아버지가 일구어 놓은 사업을 말아 먹는다는 항간의 소문이 듣기 싫어 더 이를 악물었다. 베트남에서 황제같이 산다는 말은 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는 공장 2층에 작은 방을 마련해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7년을 살았다. 오로지 그의 머릿속에는 반드시 성공하여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겠다는 일념뿐이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현대SM비나는 얼마나 어떻게 성장했을까? 건설 당시 들어갔던 투자금이 모두 회수되었고 당시 받았던 대출금과 정부차익금도 모두 갚았다. 또 새로운 부지를 구입해 공장을 추가 건설 중이다. 이만하면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아닌가.

 

흘린 땀 만큼 보상받는 정직한 직업, R&D신소재 개발로 박차를 가하다

아버지 고 이병순 대표는 이 법인장이 어릴 적부터 아들에게 “제조업만큼 정직한 직업이 없다. 노력한 만큼, 땀 흘린 만큼 수익을 낼 수 있고 내 가족을 부양해 먹일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셨다”고 했다. 이 법인장은 아버지를 회상하며 “국세청에 세금도 많이 내서 상도 많이 받고 수출도 많이 해서 공로상도 많이 받으셨다. 직원들에게도 잘해주셨고 남에게 피해 안주고 정직하게 사셨는데, 저도 아버님처럼 그런 기업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 온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 사장들은 직함만 사장 일 뿐 대기업과 달리 직원들과 똑같이 힘들게 일 한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단하게 노력해야 하고 기술력이 뒤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것을 발 빠르게 찾아 실행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3년 전 가족들이 베트남으로 들어왔다. 7년간 공장 2층에서 숙식하던 생활은 청산했다. 그래도 그는 일밖에 모르는 남자였다. 집과 일터를 오가며 늘 머릿속에는 새로운 사업에 대해 구상중이다. 최근 신발 시장을 보면 무거운 가죽은 점점 뒤쳐지고 가벼운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 때문에 현대SM비나는 운동화와 신발가죽에만 국한했던 기술들을 장갑과 핸드백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주목하고 있는 것이 R&D신소재 개발이다. 이 법인장은 “현대SM비나도 R&D기술개발 센터를 운영하며 신소재 개발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존의 고정관념이 잡힌 전문가보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고용해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창립 10주년 10년 근속자 현지인 12명 배출

현대SM비나는 며칠 전(5월 1일)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현지 근로자 130여 명 중 10년 근속자가 12명이 배출되었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10여명이 된다. 이직률이 높은 베트남 제조업체에서 이 같은 일은 드문 현상이다. 사업 성공의 주요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 법인장은 인사, 재무, 총무 등 각 부서의 총책임자 자리에 현지인들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다른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이 주요 보직에 한국인들을 앉혀 놓은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 법인장은 “설립 초기부터 현지인들을 교육시켜 그렇게 운영해 왔다”며 “다른 곳 보다 조금 더 잘해 주려고하기 때문에 직원들도 믿고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인들을 꼼꼼하고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때로는 그들이 자신보다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또 “진심으로 그들을 대할 때 그들도 진심으로 그를 위해 일해 준다는 것을 느낀다”며 “소통과 배려를 가장 중시하고 항상 사내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고 밝혔다.

 

성공의 초석은 사회 나눔

“베트남에 와서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면 성공할 수 없다. 이곳에서 돈을 벌면 이 사회를 위해 환원할 줄 도 알아야 한다.” 이 법인장은 기업이 크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은 또 사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결국 한 사회를 잘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모두가 잘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이요,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인장은 “되도록 더 힘들고 어려운 기관을 찾아 도와주려고 한다” 또 “많은 도움을 받는 기관보다 도움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기관을 더 많이 도와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미력한 도움이나마 그들에게 희망이 되고 행복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조업에 대한 격려와 따뜻한 시선이 필요

올 초 국내에서는 최저 임금이 지난해 6천470원보다 16.4% 상승하며 7천530원이 되었다. 이와 관련해 많은 기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고 인터넷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이 법인장은 “그 댓글 중 일부 댓글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고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 최대한의 대우를 해주려고 하지만 아무리 잘해주려 한들 대기업만큼 할 수 있겠느냐”며 “‘그럴거면 차라리 문을 닫아라’라는 댓글을 볼 때마다 답답함이 솟구친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대로 제조업은 열심히 땀 흘린 만큼 보람을 얻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더 좋은 환경과 더 좋은 처우개선이 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짐을 제조업체와 같은 중소기업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와 국가가 함께 지원하고 활성화 시켜야 기업도 살고 사람도 사는 바람직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제조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해외수출로 얻는 이익은 나라살림에 힘을 보탠다. 그들이 흘린 땀 역시 저 가을 햇살의 농부와 다르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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