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 한 달 동안 런던에서 지냈습니다.

런던에는 딸과 사위 그리고 손녀가 살고 있어 해마다 방문하여 그들과 함께 지내는데 런던에서 첫 번째로 방문하고 싶은 장소가 바로 테이트모던(Tate Modern)입니다.

이 미술관은 2000년 5월 12일 영국 정부의 밀레니엄 프로젝트 목적으로 템스강변의 뱅크사이드(Bankside) 발전소를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개관하였는데 뱅크사이드 발전소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런던 중심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세워졌던 화력발전소로 공해문제로 인하여 1981년 문을 닫았다가 영국 정부와 테이트 재단이 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변모시키기로 하여 국제 건축 공모전을 통해 스위스 건축회사 헤르초크와 드 뫼론(Herzog & de Meuron)이 약 8년여간의 공사 끝에 기존의 외관은 최대한 손대지 않고 내부는 미술관의 기능에 맞춰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개조하여 총 높이 99m 직육면체 외형의 웅장한 미술관이 완성되었으며 건물 한가운데 원래 발전소용으로 사용하던 높이 99m의 굴뚝은 그대로 보존하여 밤이면 등대처럼 빛을 내어 오늘날 테이트모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건물은 미술관 건물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되어 템스강 건너편의 세인트 폴 대성당과 연계하여 그동안 런던에 존재하지 않았던 남북을 연결하는 선적인 도시 경관축을 만드는 초석이 되었으며 또한 전시되는 작품들은 미술은 이해하기 힘들고, 지식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이 쉽게 즐기고, 참여하고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열린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노력의 결과로 영국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의 많은 관광객이 찾는 장소가 되었으며, 또한 템스강변을 걷는 사람들이 어떤 위압감 없이 현대미술의 쉼터 속으로 자연스레 흘러오도록 세세하게 배려하여 한해 50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는 런던의 관광명소입니다.

이곳의 미술품들은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현대미술, 실험미술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1층은 본관 입구, 2층은 강 쪽으로 연결되는 출입구와 카페와 세미나룸, 강당, 선물상점, 전시실 등이 있으며 3층과 5층은 상설전시 공간이, 4층에서는 기획 전시가 이루어지며 6층에는 멤버스 룸, 7층에는 레스토랑과 바, 이스트룸 등이 있습니다.

3층-Material Gesture 전시장에는 전쟁 이후 1940~50년의 유럽과 미국 회화와 조각들을 전시하며 추상주의, 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 작품들로 끌로드 모네(Claude Monet), 애니쉬 카푸르(Anish Kapoor), 바넷 뉴먼(Banett Newman), 마크 로스코(Mark Rothko), 헨리 마티스(Henri Matisse), 타시타 딘(Tacita Dean) 등의 작품이 있고, Poetry and Dream 전시장은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주로 전시하여 조지오 데 키리코, 프란시스 베이컨, 신디 셔먼 등 유명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5층 Energy and Process 전시장에서는 변화와 자연의 힘에 관심을 보인 예술가들의 작품 을 전시하고 있는데 세계 각국의 유명 후기 미니멀리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고, States of Fluxus 전시장은 20세기 초반의 전위 예술가들의 역동적이고 전통의 틀을 깨는 작품들과 전위미술, 실험영화, 사진, 디자인, 팝아트와 디지털 테크놀로지 등의 작품도 볼 수 있어 많은 관람객이 편하고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특히 백남준 작가의 작품 여러 점도 볼 수 있는데 백남준 작품은 2014년 현대자동차가 테이트모던과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1년간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테이트모던에서 구입한 백남준의 작품 9점을 후원하여 2025년까지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유료 입장객을 받는 특별 전시회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는데 지금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전 ‘The EY Exhibition Picasso 1932’가 3층 특별전시실에서 3월 8일부터 9월 9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곳에 올 때마다 놀라는 일을 발견하는데 이번에는 미술관 1층 입구의 넓은 공간에 어린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개의 그네를 설치해 놓아 가족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았고, 또 천장에는 큰 공을 매달아 움직이게 하여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바닥에 누워 공의 움직임을 보면서 따라 함께 뒹굴 수 있게 설치 작업을 한 것을 보면서 테이트모던은 사람들에게 미술관은 엄숙하고 조용해야 하며, 미술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가족이 언제든지 함께 와서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과 다른 나라 아이들을 비교하면서 영국의 제도는 무엇이 다르며,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상상의 세계는 어른이 되면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얼마나 많은 차이를 보일까 하는 부러움과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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