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상거래 업체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과 11번가 등이 고비용 구조에도 플랫폼 장악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예산을 쏟아 부우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작년에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 회사는 2016년 310억원, 2017년 75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누적 결손금은 6000억원이 넘는다. 영업손실은 2500억원이다.

또한, 쿠팡은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유치한 10억달러(1조1000억원)가 3년여만에 바닥난 상황이다. 연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플래닛은 SK텔레콤(017670)이 98.1%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광고사업 부문을 물적분할(엠앤씨) 한 후 매각했다. 11번가 등 전자상거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규모 쿠폰할인 등을 통한 가격경쟁, 물류배송 인프라 비용 등으로 연이어 적자를 내고 있다. 부채비율은 78%에서 150%로 두배 늘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그동안 11번가 적자와 상관없이 해외 당기순손실을 반영하지 않다가 반영한 것”이라며 “11번가 외에도 OK캐시백, 시럽, 미국 샵킥 등 글로벌 사업부 등이 합쳐져서 5000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이지 실제 11번가의 영업손실은 1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SK플래닛이 롯데, 신세계 등과 매각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해외 부실이 발목을 잡았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매각을 위해 해외 부실을 털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플래닛 측은 “매각은 절대 없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SK플래닛은 태국 등 해외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에 나섰다. 투자금이 높은 해외 사업 특성상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 부실화됐다. 현재 SK플래닛글로벌 싱가포르 법인은 청산절차를 진행 중이다. SK플래닛글로벌홀딩스는 지속적인 영업손실로 1300억원 가량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유한회사 형태의 SKP아메리카 미국법인도 영업손실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오는 16일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는 쿠팡도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2016년에도 5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3년 새 누적적자가 1조6000억원이 넘는다. 이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한 1조1000억원의 투자금액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3600억원대였던 현금보유액도 1000억원 밑으로 떨어졌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경쟁사처럼 적자를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매출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미국 법인에서 쿠팡코리아에 투자되고 있는 구조라 재무적 어려움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쿠팡은 매달 4000억원 수준의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셜커머스업체 중에서 거래액은 높은편이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상당하다.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은 2011년 이후 매년 10%를 상회하는 고성장을 지속해 왔다. 2017 년 시장규모가 78조2000억원(전체 소매판매액의 22.6%)에 이르고 있다. 오픈마켓 약 26조원, 소셜커머스 3사 약 12조원, 홈쇼핑 약 8조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다. 가격변동에 민감하거나 충성도가 낮은 체리피커형 고객의 비중이 높다.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은 아직까지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절대 강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누가 먼저 플랫폼을 장악하는지 여부에 따라 경쟁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 업계는 방문자 수 확보를 통한 외형 확대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고객 유치를 위한 가격 할인, 이벤트, 광고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실제 쿠팡은 제조사로부터 매입하는 상품의 가격이 100원이라면 소비자에겐 80원에 제품을 파는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원의 역마진이 발생하는 구조다. 여기에 쿠팡 직매입 상품을 하루만에 배송하는 자체 배송망 ‘로켓배송’ 탓에 막대한 손실이 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업계에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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