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단 한번도 없었던 돼지 A형 구제역 첫 발생

아직까지 국내 돼지에게서는 단 한 번도 발생한 적 없던 A형 구제역 바이러스가 경기 김포시의 한 농가에서 확인돼 방영당국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사육 농가들은 그 동안 O형 구제역 백신만 접종해 와, A형 바이러스에는 무방비 상태로 방역 당국은 48시간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27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전날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온 김포시 대곶면 돼지농장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 A형 구제역 바이러스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구제역 바이러스 유형은 총 7가지(O형, A형, C형, Asia1형, SAT1형, SAT2형, SAT3형)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돼지에서 A형 바이러스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소에게서는 2010년과 2017년 등 두 차례 발생한 적이 있다. 나머지 국내에서 번진 구제역 바이러스는 모두 O형이었다.

이 때문에 해당 농가는 A형 구제역을 방어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전국 대부분의 다른 돼지 농가도 A형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달리 접종해야 하는 구제역 백신은 현재 소에게는 O형과 A형을 모두 방어할 수 있는 2가 백신(O+A형)이 접종되고 있다. 그러나 돼지는 소와 백신을 혼용하는 3%(30만두)를 제외하면 나머지 97%(980만두)가 단가 백신(O형)으로 접종되고 있다.

돼지에게 O형 백신만 접종하게 된 것은 3년 전이다. 생산자단체가 고기 품질 저하, 백신 단가 상승 등을 이유로 2가 백신(O+A형) 접종에 반대하며, 2가 백신에서 단가 백신으로 전환했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은 “농가 입장에선 백신에 바이러스 유형을 하나 추가할 때마다 비용이 40~80% 추가돼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대신 방역당국은 다양한 바이러스 항원을 보유한 항원뱅크를 구축해 구제역 발병 시 긴급 백신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농식품부는 소에게서 발생한 A형 구제역도 모두 한강 이북 지역(경기 포천ㆍ연천)에서 발생한 점을 들어 이번 바이러스가 한강 이남 지역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10~2016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A형 구제역 87건 가운데 돼지는 3건(중국) 밖에 안 됐다는 점도 당국이 전국 확산 확률을 낮게 보는 이유다.

그러나 구제역은 동물 간 접촉뿐 아니라 공기 전파를 통해 육지에선 최대 50㎞까지 확산될 수 있다. 정현규 한국양돈수의사회장은 “가축 출하 지역이 보통 한강 이북과 이남으로 나눠져 있어 양쪽간 축산차량 등의 이동이 활발하지 않은 건 맞지만 이 때문에 무조건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1월 중국에서 돼지 A형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A형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번질 경우 백신 수급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당국은 이날 가축방역심의회를 통해 발생 지역인 경기(203만마리) 지역과 대규모 사육 단지가 밀집된 충남(227만마리) 지역 농가에 O+A형 백신을 긴급 접종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물량은 800만마리분이다. 일단 경기, 충남 지역에 2회 접종이 가능한 양이지만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퍼질 경우엔 외국에서 백신을 추가 수입해야 한다. 지난해 2월에도 소 농가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한 뒤 정부가 영국 메리알사에 O+A형 백신 수입을 긴급 요청했지만 결국 필요한 물량을 제 때 조달하지 못했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A형 구제역이 추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긴급 물량 확보에 나섰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날 오전 열린 가축방역심의회에서 48시간 전국 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27일 낮12시부터 29일 낮12시까지 소ㆍ돼지 등 축산 관련 종사자와 축산 차량의 이동이 전면 금지됐다. 위기경보단계도 ‘주의’에서 ‘심각’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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