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농촌은 과거보다 매력적이지 않다. 그동안 정부 장려로 귀농이 활성화됐는데, 현재 대부분 농경지와 농업 소득이 잘 나오는 귀농지는 선점돼 들어갈 틈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귀농(歸農)·귀어(歸漁)촌인에 이어 귀산촌(歸山村)인이 각광을 받고 있다. 논밭에서 나는 작물은 대부분 1년생으로 한 번 수확하면 다음 해 또 심어야 하지만 임산물은 다년생으로 한 번 심으면 여러 해 수확할 수 있다. 농사일보다 노동력이 적게 들고 산나물과 약초 등 여러 임산물을 함께 심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임야 가격이 논밭의 20% 수준으로 싼 데다, 국유림을 싸게 빌려 사업을 할 수도 있다. 산림청에서 실시하는 귀산촌 교육을 40시간 이상 이수하면 연이율 2%로 3억원까지 창업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특히 귀산촌인에게 정책자금 지원이 귀농보다 더 높다. 귀농인은 3억에 주택지원자금이 5천만원에 비해 귀산촌인은 3억에 주택지원자금이 7,500만원으로 높고 추가로 안정자금이 1인당 1,000만원 저리융자이다.

16세기 토마스 모어는〈유토피아〉라는 소설에서 ‘유토피아’ 즉 산촌은 도시가 가질 수 없는 어메니티가 풍부한 까닭에 ‘축복받은 땅(지상낙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유토피아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토마스 모어는「국가 중 가장 좋은 국가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라는 책을 1516년에 출간하였는데, 이 책의 서시(序詩)에서 ‘유토피아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 곳은 좋은 곳’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유토피아는 본래 부터 '없는 곳' 과 '좋은 곳' 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 없다는 것이지 그것이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산촌에서 2년을 지낸 사람은 산촌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고, 의무적으로 도시로 들어가 살아야 한다. 이들이 떠난 산촌에는 도시에서 2년 동안 살았던 사람이 와서 메우게 된다. 이때 농민과 도시민을 한꺼번에 교체하면 식량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일부씩 순차적으로 교대하도록 한다. 이것은 누구나 오래 있고 싶어 하는 산촌 생활을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게 하려는 것인데, 계속 산림업에 종사하고 싶은 사람은 특별허가를 얻어야 몇 년간 더 살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도시에 사는 것은 의무이고, 산촌에 사는 것은 도시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특권인 셈이다.

근래 이런 특권을 찾아 산촌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 4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충남 예산군 신양면 '예산샘골농원' 백승준 대표의 경우, 아내와 둘이서 임야 4ha에 도라지와 더덕을 직접 길러 도라지·무 조청과 더덕고추장을 만들어 판다. 평균 연매출은 3000만원. 백씨는 "정부 지원을 받아 구기자·고구마 조청 만드는 시범사업도 하고 있다. 귀산촌(歸山村)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보니, 임야에 적합한 품종을 재배해 가공·판매하는 '산테크'라는 말도 생겨났다. 산촌은 산림기본법에 따라 임야율 70% 이상인 읍·면 지역을 뜻한다. 현재 귀산촌 인구는 7만여명에 이르고, 임야를 갖고 있는 산주가 210만명에 이른다. 임산물에 대한 부가가치가 늘고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귀산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귀산이 귀농·귀어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매년 귀농·귀어·귀산 인구의 약 5%만 귀촌하기 전 사전 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어서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도 많다. 이를테면 사전교육은 필수이고, 실제로 1개월 정도 '산촌생활 밀착체험'을 통해 산림작물재배 방법, 농기계 사용법, 원주민과 잘 어울리는 법 등을 배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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