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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회 칼럼] UN 세계 고아의 날 제정에 동참하자

며칠 전 목포에서 있었던 UN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위한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했다.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통해 ‘고아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범국민 캠페인의 출발점이 되는 행사였다. UN이 공인하는 세계 기념일로 지정해 단 하루만이라도 이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공감하자는 데 행사를 개최한 의의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초 한국전쟁으로 인해 많은 고아가 생겨났다. 그들은 전쟁 후 부모를 찾아가거나 친지에게 맡겨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고아원에서 생활하거나 해외로 입양되었다. 1958년부터 2014년까지 국외입양아는 무려 15만5천 명에 이른다. 그들 중에는 장관, 스포츠 스타, 의사, 교수와 같은 성공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해외에 입양 됐지만 인종차별을 받거나 심지어 현지 국적을 얻지 못한 입양인도 15%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가 고아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소이(所以)다.

목포에는 1928년 설립된 공생원(共生園)이라는 아동 보호시설이 있다. 설립 당시 17세에 불과했던 기독교 전도사 윤치호가 세운 시설이다. 그는 목포 한 냇가 다리 밑에서 추위에 떨고 있던 7명의 어린 고아를 데려다가 함께 생활했다. 그 후 고아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혼자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되었다. 그때 음악교사로 자원봉사 하던 다우치 치즈코(田內鶴子, 한국명 尹鶴子)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본 공무원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상황에서 두 사람의 결혼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결혼이란 국가 간이 아니라 개인끼리 하는 것이라며 그들의 결혼을 승낙했다. 공생원은 목포 고아들의 낙원이었다. 한때 공생원에는 500명이 넘는 고아들이 있었으며 이제까지 공생원을 거쳐 간 고아들의 숫자는 3000명이 넘는다 한다.

서울에도 지역 곳곳마다 고아원이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중구 필동에는 남산을 뒤로 낀 고아원에서 많은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철없던 우리들은 그들의 아픔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넓은 고아원 마당에서 맘껏 뛰며 놀았다. 이렇듯 우리나라 사회사업은 고아원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고아원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받은 원조 덕분이었다.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제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에 받았던 도움을 돌려줄 때가 되었다.

UN이 제정한 기념일에는 언뜻 납득이 잘 안 되는 날도 있다. 이를 테면, UN 세계 요가의 날(6월21일), 세계 과부의 날(6월23일) 등이다. 그런가 하면 ‘부부의 날’처럼 있을 법한데 없는 기념일도 있다. 부부의 정의처럼 이견(異見)이 있으면 제정되기 쉽지 않다 한다.

고아는 어느 나라에서나 존재하기 마련이고 엄연한 사회적 약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고아의 날 제정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고 한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오준 전 유엔대사는 UN 세계 고아의 날 제정 추진을 위해서는 △유엔 차원의 불요불급한 기념일 지정 유보 입장 설득 △‘고아’에 대한 개념 정립 필요 △기념일 제정 필요성에 대한 회원국과 관련 유엔 기구 간 공감대 확보 △국내 관계 부처의 협조 및 사업예산 확보 노력 △기념일 제정 이후 실행계획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생원을 운영하고 있는 공생복지재단은 2018년 UN총회에서 세계 고아의 날이 제정되도록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고아의 날 제정을 통해 사회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들의 존재를 명확하게 부각시킴으로써 고아도 권리를 가진 한 인격체로 떳떳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한국전쟁 고아로 인해 도움을 많이 받았던 우리나라가 UN 세계 고아의 날 제정에 앞장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UN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위해 많은 국민들의 동참을 기대한다.

허정회 칼럼니스트  hihuh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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