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과 선우예권의 보이지 않는 관객몰이 레이스 본격 시작됐다.

선우예권의 올해 2017년 연말 두번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기념 피아노 독주회는 국내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노 연주회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증폭시킬 본격 재점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듯 하다.

12월15일과 12월20일 두번의 선우예권 피아노 독주회를 모두 다녀왔다. 첫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실연들의 감동이 너무 감동적이었는지 선우예권의 반 클라이번 실황 음반 앨범은 매우 세련되게 다듬어진 디테일의 승리라는 해설에도 불구, 공연장에서 감상하는 실연의 감동만큼은 전달해주지 못하는 느낌을 줬다. 첫날 리사이틀이 한 곡 한 곡에 담긴 그의 진심과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선우예권의 비루투오소적 연주자 면모를 보여줬다면 12월20일 IBK홀에서의 연주는 콩쿠르에 다시 출전하는 신인 같은 열정이 느껴졌다.

 

2016년 2월초 조성진의 쇼팽콩쿠르 우승기념 갈라 리사이틀을 공연기획사 초청으로 한번 감상한 적이 있었는데 조성진이 이를 통해 이미 스타성의 길을 가고 있다면 두 피아니스트간 경쟁을 촉발시킬 좋은 자질을 이제 하나의 '현상'이 되어가고 있는 선우예권은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먼저 12월1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공연 느낌은 아직은 선우예권이 조성진만큼의 티켓파워는 없구나 하는 현실이 사실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연주 내용은 아름답고 영롱한 음색들로 이어진 그레인저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중 사랑의 듀엣’과 순수한 연주를 느낄 수 있었던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9번이 후반부 연주에 비해 다소 경직됐던 분위기였음에도 선우예권의 새 비루투오소적 면모를 선보이는 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좀더 몸이 풀린 상태에서 연주된 후반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이나 풀 오케스트라의 맛은 없었으나 물컹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듣는 라벨의 라 발스, 그리고 이어진 차이콥스키의 ‘사계’중 10월과 파가니니 리스트 편곡 라 캄파넬라등 5개의 앙코르곡들이 관객에게는 너무 신나고 좋고 재밋게 봤다는 감상평을 낳도록 했다.

12월 20일 IBK챔버홀에서의 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은 다시 콩쿠르에 출전한 신인 같은 열정이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6번에서 두드러졌다. IBK챔버홀 리사이틀의 경우 앵콜을 앞두고 흡사 선우예권의 토크쇼 같은 형태로 진행됐는데 소속사인 목프로덕션의 스태프들이 알찬 연주회로 성공시키기 위해 너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거나 관객에게 100% 만족감을 주는 연주회를 위해서는 연주자가 마이크를 잡고 말을 해서는 안되는데 마이크를 잡아 몇마디를 하게 됐다는 토크쇼 비슷한 선우예권의 덕담들이 이어졌다.

연주회가 끝나자 IBK챔버홀을 향해 콘서트홀부터 주욱 이어진 사인회의 줄은 최근 들어 처음 보는 낯선 풍경으로 선우예권의 인기몰이가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방증인 것 같은 느낌이어서 독일 ARD 콩쿠르 손정범 우승등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피아니스트들의 이름들이 다수 거론되긴 하지만 국내 음악팬들에게 두 아이돌 스타 같은 조성진과 선우예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객몰이 레이스는 본격 시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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