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정련된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연주

올해만큼 서울시향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가 깔끔하고 정련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난해 8월 정명훈 지휘 라스칼라 오케스트라의 일관된 고결한 연주에 많이 닮아 있던 섬세하고 정결한 사운드로 특징지워진 지난해 2016년 연말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교향곡 연주와 대비될 수 있을 듯 하며 무겁고 거칠게 휘몰아쳤다는 전날 12월20일 성시연과 경기필의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와도 색채를 달리 한 것 같다.
콘서트 고어들 사이에 한해를 마치기 위한 통과제의(通過祭儀)가 되다시피한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 올해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가 굉장히 냉정한 분위기로 진행된 것은 지나치리 만큼 냉정한 지휘를 펼친 티에르 피셔의 스타일에 많이 좌우된 탓인 듯 하다.

 

예년의 연말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에 가면 보통 4악장 환희의 송가에 이르면서 연주 분위기가 달아올랐던 것이 사실. "오 벗들이여, 이 소리가 아니오!"하며 시작되는 환희에의 송가 부분에서도 서울시향은 굉장히 냉정한 연주로 이끌어 깔끔히 정련된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을 듣기는 처음인 것으로 기억된다.
정명훈 시절 "환희여, 신의 찬란한 아름다움이여!"의 흥분된 코러스를 다시 한번 앵콜로 들려주자 감격에 찬 관객의 브라보와 환호가 객석에서 쏟아졌던 과거 서울시향 송년 베토벤 합창교향곡의 기억은 찾아볼 수 없게 이날 티에르 피셔는 앵콜도 없이 마무리, 깔끔한 정련의 마무리를 깨끗이 해줬다.
서울시향의 수석 객원지휘자인 티에르 피셔의 스타일은 뭘까 생각해본다. 올해 연초 취임연주회에서 들었던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1번등을 들을 때부터 느낀 바지만 입체적 음향과 세밀한 표현의 대가, 뛰어난 테크닉과 흠잡을 데 없는 균형감각으로 회자되는 그의 스타일이 이번 연주회에서도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2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후반부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연주. 티에르 피셔는 후반부 공연 시작전 한동안 정적을 가져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엄숙한 경건한 시간을 가져 이날 서울시향 연주의 냉정함이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다. 과거 서울시향의 슬로우 스타터 같던 스타일도 찿아볼 수 없게 이날 서울시향은 아기자기한 연주가 초반에 부각되며 기대치를 높였고 예년에 비해 서울시향의 연주력이 예년같지 않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한 훌륭한 연주에 올해의 통과제의를 다시 한번 들으러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국내 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도 연말까지 줄지어 있는데 서울시향의 연주력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다. 과거 서울시향의 송년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는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필의 내한공연시 말러교향곡 9번 하나처럼 이곡 하나만으로 연주회가 마련되기도 했지만 올해의 경우 브루크너의 테 데움도 무대에서 연주돼 '하느님, 당신을 찬양하옵니다'라는 찬미가의 경건한 연주의 맛으로 베토벤 교향곡 9번 'Choral'과 조화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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