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경제학

호미가 해외에서 인기다. 오직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고유의 도구라는 게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고 한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보잘 것 없는 호미가 인기라니 참 신기한 일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 네티즌이 근래 루리웹 게시판을 통해 호미가 해외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뜻밖의 한류’라는 제목의 이 글은 호주의 한 농장에서 만든 이 홈페이지에 ‘HO-MI’로 표기한 뒤 “이거 하나면 다른 도구는 필요 없다. 오랫동안 사용해도 편안해서 특히 관절염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당신의 원예 친구에게 절대 빌려주지 마시오.” 등의 익살스러운 표현과 함께 소개되었다. 그러자 다른 네티즌들이 아마존닷컴에 호미 사진과 외국 농부가 호미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링크하는 등 빠르게 확산시켰다.

이렇듯 호미가 뜻밖의 한류 아이템이었다는 놀라운 소식은 곧바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곧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심지어 아마존닷컴에 등록된 ‘Ho-Mi’는 20~30달러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고, 이는 국내 판매가가 3000~5000원 수준인 데 비해 6~7배가량 비쌌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세계 속의 한류’를 재현시켰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뜬다’, ‘1억짜리 연구용 당근, 호미로 캐 달아나’ 등 인터넷으로 '호미'를 검색하면 뜨는 정보들이다.

 

민들레 경제학

캐나다 밴쿠버 옆에 빅토리아 아일랜드라는 섬이 있다. 이곳에 ‘부처드 가든’이라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정원이 있다. 처음 이곳 정원을 관리하는 정원사는 시도 때도 없이 자라나는 민들레 때문에 고민했다. 아무리 잔디를 아름답게 가꾸어 놓고, 꽃을 가꾸어 놓더라도 비가 한번 오고나면 민들레가 엄청나게 자라나와 골치를 썩이곤 했다. 정원사는 매니저에게 물었다. “제가 민들레를 없애는데 좋다는 방법은 다 시도해봤는데 민들레는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말에 깊은 생각을 하던 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당신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봤는데도 여전히 민들레가 자라고 있다면, 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이제 딱 한가지 밖에 남은 것 같지 않군요. 그것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십시오. 이후 부처드 가든에는 민들레 정원이라는 것이 생겼고, 그 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특별한 인기를 누리는 구역이 되었다.

그저 하찮은 농기구라고 폄하해서 화가 나면 호미를 내던지고, 민들레를 잡초라고 여겨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발에 채이는 호미와 제초제로 사라져가는 잡초가 미래의 귀중한 농기구와 약제로, 높은 가치가 있는 경제재로 등장할 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전체 식물사회에서 보면 '쓸모없는 풀'도 없고 농기구도 없다. 모두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아름다운 자연을 구성하고, 산소를 내뿜어 공기를 맑게 하며, 다른 동식물들에게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여기에 호미는 연장으로서의 필수다.

강원도 평창 메밀밭과 함께 가을철 볼거리로 전국적 인기를 얻고 있는 학원농장 메밀꽃밭은 단일면적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로 꼽히고 있으며 구릉을 이어가며 길게 펼쳐져 있는 지평선이 가히 장관이다. 또 이곳엔 메밀꽃밭의 정취만 있는 게 아니다.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등이 울타리가 되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해주고 있고, 전체적인 경관 느낌으로 보아도 봉평에 비해 모자람이 없다. 하얀 가을. 메밀꽃이 피는 가을은 하얀 색이다. 왕소금을 뿌려놓은 듯 온 들판이 새하얀 메밀꽃밭은 그래서 황홀하다.

그 모두가 사랑을 머금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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