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라우 오페라 갈라콘서트, 소름끼치는 관객의 '까악' 깊은 전율 자극”

성악인이라면, 아니 성악을 현재 공부하고 있거나 꼭 성악과 관계되지 않은 일반 음악애호가라도 올해 10월과 11월은 베를린필등 세계적 관현악단의 내한공연 못지않게 세계 3대 디바의 성악 내한공연으로 무척 즐겁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올 가을 세계 3대 소프라노로 회자되는 안나 넵트렙코, 안젤라 게오르규, 디아나 담라우의 갈라 콘서트 공연을 다 감상하는 행운을 누렸다. 갈라 콘서트라는 것이 오페라의 전막공연이 아닌, 중요한 아리아들을 모아 들려주는 자리이닌 만큼 이들 디바들이 자신들의 진면목을 다 드러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말이다.

 

안젤라 게오르규 갈라콘서트가 뮤지컬 ‘베리 웜 포 메이’중 ‘당신의 모든 것들’과 앵콜곡으로 D'Hardelot의 ‘Because"등의 영어권 노래및 테너 라메 라하와 드라마틱 바리톤 고성현과 함께 무정한 마음, 금단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등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노래가 가미된 반면 디아나 담라우 공연은 마이어베어 오페라 <플로에르멜의 용서> 그림자의 노래, 폰키엘리 오페라 <라 존콘다> “그녀는 죽어야 한다”등 오페라중 작품성 높은 아리아들이 불려진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이들 3대 소프라노의 서울공연중 안나 넵트렙코의 공연이 다소 평이하게 진행됐던 점을 감안하면 역시 가장 인상깊은 공연은 소름끼치는 어느 관객의 전율을 불러일으킨 마지막 공연이었던 21세기 오페라의 여왕 디아나 담라우의 첫 내한공연이었던 듯 싶다. 디아나 담라우는 수줍고 마냥 기쁨에 설레는 첫 무대의 기대감으로 팔짝 뛰는 외양과는 달리 역대급으로 꼽을 만한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방금들린 그 목소리”,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아! 나는 꿈속에 살고 싶어요”등의 인상적 무대의 행복한 밤을 선사,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오페라 갈라콘서트로 뇌리에 남을 듯 하다.

지난 21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디아나 담라우 첫 내한공연의 최고의 고조의 순간은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중 “아 그대인가”에서 “이상해! 이상해! 내 마음속에 새겨진 그말!”을 되내이며 담라우가 최고의 오페라 아리아를 감상토록 하는 시공간을 제공, 관객의 분위기가 엄청난 뜨거움으로 달아오르던 때였다.

전반부 입장때부터 근래 보기 드물게 뜨거운 환영세례를 받던 담라우는 공연이 진행되면 될수록 더 뜨거운 환호의 세례를 받았고 오페라 쟌니스키키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로 열기를 식힌 담라우는 기어이 김성태 작곡 가곡 동심초로 발악에 가까운 소름끼치는 관객의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10주년 추모 기념콘서트로 열린 안제라 게오르규 갈라 콘서트 역시 성악공연의 풍성함이 손색없이 전달되는 롯데콘서트홀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어서 세계 3대 디바의 공연을 빛내기에 더없이 좋은 무대였다. 오페라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중 ‘저는 다만 창조주의 비천한 하녀일뿐입니다’부터 하늘색 드레스의 신비한 여신의 이미지로 게오르규는 세기의 디바다운 여유의 손짓의 인사를 날리는등 풍성한 공연으로 테너 라메 라하와 관객에게 1, 2부 내내 행복한 갈라콘서트를 선사하기는 담라우 갈라콘서트와 마찬가지였다.

이날 히로인 게오르규는 흡사 오페라 ‘카르멘’중 하바네라, 사랑은 잡을 수 없는 새와 같은 것“처럼 2시간여 넘는 공연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소프라노처럼 여겨졌다. 게오르규는 오페라 ‘라 왈리’중 ‘그렇다면, 멀리 떠나겠어요’에선 야성녀의 드레스로, 뮤지컬 “베리 웜 포 메이”중 ‘당신의 모든 것들“에선 붉은 드레스로 매력을 발산하는등 글래머스러한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중 ‘파리를 떠나서’에서 듀엣을 부른 라메 라하는 파바로티가 환생해 안젤라 게오르규와 듀엣을 부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오페라 ‘라 보엠’중 그대의 찬 손을 부를 때엔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인상적인 무대를 남겨 현 세대의 가장 뛰어난 성악가중 한명으로 꼽힌다는 라메 라하도 게오르규 공연을 더할 나위없이 풍성하게 만들었다.

올 가을 3대 소프라노의 공연들에서 안나 넵트렙코가 남편 에이바조프와 함께 출연하고 담라우 역시 프랑스출신의 베이스 바리톤 니콜라 테스테와 내한해 니콜라 테스테의 그윽한 베이스 바리톤의 저력을 보여준 것을 감안하면 과거 안젤라 게오르규의 내한공연에서 남편인 알라냐가 귀족적 목소리를 들려주던 것을 올해 듣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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