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티누가 작곡한 교향곡등을 들고 내한했더라면 금상첨화였을듯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중에서도 연주곡이 유행에 맞지 않다거나 너무 자주 연주돼 흔해 빠진 곡목의 연주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

드로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는 90년대 해외 교향악단들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다시피 한 연주곡. 때문에 지난 11월 8일 이천아트홀 대공연장에서 있은 마르티누 체코필하모닉은 이번 내한공연에서 드보르작의 교향곡 다른 번호를 선택해 연주하는 센스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마치 체코필이 지난 5월 타계한 이지 벨라훌라베크 지휘로 3년전 성남아트센터에서 드로르작 교향곡 제6번을 연주하던 때처럼.

 

지난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마르티누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서울과 지방에서 다섯 차례 펼쳐졌다. 마르티누 체코필하모닉은 한국에 오기전 체코 질린에서 Korean Evening과 피아니스트 김원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2번을 연주한 A2 Czech Music opens to the world를 이틀간 먼저 열었는데 이런 한국관련 콘서트가 기획됐음에도 서울의 예술의 전당등 주요 콘서트홀에서 열리지 않은 탓인지 많은 주목을 끌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필자는 11월 8일 경강선을 타고 이천아트홀에서 열린 공연을 감상했는데 이날 연주된 곡들을 보면서 체코를 대표하는 또 한명의 체코 작곡가 ‘보후슬라프 마르티누’의 이름을 딴 오케스트라라면 마르티누가 작곡한 교향곡등을 들고 내한했더라면 잘 알려지지 않은 체코 음악들을 소개하면서 음악애호가들과 국내 음악인들의 더 주목을 끌 연주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보후슬라프 마르티누는 같은 나라 작곡가인 레오시 야나체크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이지만 그의 작품은 끊임없이 연주·녹음되며 다작을 남겼는데 그 수가 4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의 작품으로는 합창곡인 《길가메시 서사시》(1955), 여섯 개의 교향곡과 첼로 협주곡, 오보 협주곡, 다섯 개의 피아노 협주곡, 실내악곡 등이 있다.

마르티누의 곡은 많은 곳에서 받은 영향을 보여줘 《La Revue de Cuisine》(1927)같은 작품은 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두 개의 현악 오케스트라, 피아노와 팀파니를 위한 《Double Concerto》는 바로크 시대 합주 협주곡의 경향을 띤다.

이날 마르티누 체코필하모닉은 서곡, 협연곡, 관현악곡의 순으로 1, 2부 나눠 보통 연주하는 관행을 깨고 드보르작 신세계교향곡 제9번을 전반부에 배치하고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중 몰다우와 잘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중 ‘별은 빛나건만’, 레하르의 오페레타 “쥬디타”중 “뜨겁게 입맞춤하는 내입술”,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중 “축배의 노래”등을 국내 성악가들과 2부에 배치하는 순으로 연주 타임을 짰다.

이런 배치는 가뜩이나 클래식 열기가 높지 않은 지방에서 열리는 내한공연의 분위기를 초반부터 무거운 감으로 이끌게 됐고 체코 음악하면 체코필로 대변되는 만큼 뭔가 독특하고 개성적인 것의 연주가 없다는 답답한 마음이 공연 내내 마음을 짓눌렀다. 그나마 경쾌하게 연주된 드로르작의 슬로박 Dance No. 15의 연주가 답답한 마음을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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