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울지 않는다
그녀는 가을에 빛난다
산이 울긋불긋 고민할 때
달빛 이지러진 선홍빛 꿈을 꾸다
즐겨 밤에 백색 꽃을 피워낸다
꽃은 하얀 바다를 건너
석양에 금빛 나염으로
한 낮엔 만년설보다 더 푸르게 반짝인다
산자락을 내려오다
호수하나 파랗게 걸려있다
시들어가는 님을 부둥켜안고
질펀하게 앉아 울어제낀 통한의 눈물이
한쪽 눈먼 사슴 한 마리
포수에 쫓겨
마지막 한숨을 돌리던 눈물이 모여
호수를 자아냈다
흘러간 시절을 달래기 위해
그녀는 날개깃에 물을 적셔
밤새 초원에 안개를 뿌렸다
바람이 스치고 간 가슴 가슴마다
슬픔이 가득 녹아
울음을 터트려야 할
가쁜 세월이 별빛처럼 스러져
마의 태자의 설움소리도
쫓기던 궁예의 통곡 소리도
잊혀진지 오래다
한번은
별빛마저 희석되어 게슴츠레한 밤에
사륵사륵 사르륵
사륵사륵 사르륵
풀잎 스치는 낮고 처연함이 들려왔다
깊고 검은 늪 속에서 들려오는
황야를 깨울 늑대 같은 비릿한 울음이
하얀 꽃밭 언저리에 멈칫거리는 것으로
그녀는 여전히 울음줄을 추억한다
산정 호수에 걸터앉은
가냘픈 몸매가 숨죽이면
찬물을 머금은 바람이 밀려오고
흰 머리카락 노을에 그을려 길게 몸을 뉘이는 동안
한편의 계절이 가고 있다
그녀의 겨울은 새하얗게 그려질 것이다
명성산 억새는 울지 않는다
저물어 갈 뿐이다
전진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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