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허수아비 (2)

 

 

오래전에 있었던 사소한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며 되새기고 있는 것은 그 순간의 갈등에 대하여 그동안 수많은 생각도 해보고 반성도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갈등과 반목의 순간은 일시적으로 해결이 되지만 고통스런 추억만은 제 각각 가슴속에 남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사는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럽다 하여도 내가 취하고자 하는 부분의 반을 쪼개어 상대방에 양보하고, 내가 양보하여 비어버린 반은 상대방이 양보한 나머지 반으로 채우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손해인 것 같아도 냉정하게 살펴보면 이미 양보해버린 부분에 대하여 상대방의 것으로 채웠으니 결국에는 이익인 셈입니다. 관점에 따라 우습게 들릴지 몰라도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손익분기점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정작 내 뱃속에 이기심으로 터지도록 채우고 자를 들고 냉정하게 계측을 한다 해도 더함도 덜함도 없는 딱 본전이지만 결과는 그런대로 좋습니다. 참으로 신통한 일입니다.

선조들께서 서로 양보함으로써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톱니바퀴를 개발하였는데, 양보하지 않은 상태의 밋밋한 둥근면으로는 서로가 맞지 않을 뿐더러 함께 굴러 힘을 발휘 하지도 못합니다.

양보함으로써 서로 간에 화합이 이루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이익을 얻게 되니 얼마나 남는 일입니까.

자신의 희생에서 출발한 수없는 톱니바퀴가 도도한 역사의 수레를 끌어 이곳에 당도하였으며 까마득한 세월동안 끊임없이 앞으로 굴러갈 것입니다.

그곳에 선조들의 수많은 희생과 노력이 실려 있고, 수레는 떠나가지만 달려가는 수레 따라 언젠가 없어질 바퀴 자국이 구르는 수레의 행적을 이야기 하다 또한 무상한 세월 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가는 것 자체가 나 자신과 우리 모두 역사의 한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와 모두의 중대한 결정에 대하여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요즈음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알력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제 각각의 이익만 앞세우고 상대방의 눈물을 돌아다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자신만 사랑할 뿐이지 인간을 사랑하지 않은 징조입니다. 자신이 인간이면서도 인간을 사랑하지 않는 것입니다.

불가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려면 억천만겁의 인연을 쌓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 상대방의 부족한 의사에도 귀 기울일 뿐 나와 주장이 다르다고 상대방의 가슴에 돌을 던져 멍울을 남기는 잘못을 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 산재하는 분쟁 상황에 대하여 우리가 직접 논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할지라도 당장의 민족분단 상황과 골 깊은 지역감정, 정당간의 알력, 계층 간의 불화, 종교 간의 마찰현상과 4대강의 이견을 넘어, 민족 최대의 위기였던 탄핵정국을 슬기롭게 극복 하였음에도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전쟁의 위기는 태풍에 몸서리쳐 떨리는 마지막 잎새와도 같아 아직도 위태로운 형국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참으로 어지러운 순간에도 아전인수의 첨예하게 펼쳐지는 적폐청산의 왜곡된 논리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산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치부를 반성하기에 앞서 해괴한 보복논리로 위장하여 정치적인 외줄타기를 시도하면서 나라의 장래를 위협하여 혼란에 빠뜨리는 거짓주장을 일삼고, 이로 인하여 갈수록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 것입니다.

톱니바퀴의 지혜를 발휘하여 내가 반을 양보하여 다른 사람의 반으로 채워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할 때 입니다.

내가 먼저 양보하는 데에는 그만한 희생이 따르는 것입니다.

비록 톱니바퀴에 이르지 못한다 하여도 최소한 참새와 허수아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허수아비는 참새에게 위협만 할뿐이지 공격을 할 줄 모릅니다.

참새도 허수아비의 옷을 찢거나 부리로 쪼지는 않습니다.

허수아비는 바람이 자면 자연의 순리대로 그대로 멈추어 있습니다.

그사이 참새는 한 톨의 곡식으로 생명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농부의 마음속에 애초부터 한 톨의 곡식도 손해 볼 생각이 없었다면 모든 참새를 향하여 총을 난사하였을 것입니다.

사실은 총과 실탄 값이 더 비싸다는 것을 망각하고 말입니다.

인간존중의 생각으로 가진 자가 부족한 자에게 한 톨의 곡식이라도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참으로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역사는 발전적으로 공전할 것입니다.

우리 앞에 놓여진 갈등과 반목 등에 대하여는 무심한 세월의 흐름과 함께 성철스님 도포자락으로 서로가 의지하고 연구하는 지혜 한 조각 한 조각으로 모이고 기워져 완성된 한 벌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산처럼 쌓여 가로 막힌 막막한 형국으로 다가서는 크고 작은 모든 문제에 대한 해법은 바로 우리들 가슴속에 그대로 있는 것을 다만 애써 찾아내지 못하고 있을 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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