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무대에선 에이바조프는 엘친 아지조프보다 존재감을 발현치 못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

지난 10월9일 저녁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안나 네트렙코&유시프 에이바조프 내한공연은 기대치곤 앵콜이 '오 솔레미오'로 그치는등 다소 공연의 질적 양적면에서 기대에 못미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네트렙코의 기존 솔로앨범 베리스모(Verismo)와 네트렙코와 에이바조프가 함께 녹음한 첫 듀엣 앨범 로만자(Romanza) 앨범을 사서 들었다.

 

솔로 앨범 베리스모에서 네트렙코는 19세기말과 20세기 초반 이탈리아 오페라를 탐구해 깊은 목소리의 음악성으로 안나 네트렙코의 음악성이 놀랍게 펼쳐지는 듯해 앨범에서의 이런 음악성에 비하면 내한공연은 다소 평이하게 진행됐던 듯 해서 아쉬움이 크다. 베리스모 앨범은 안나 네트렙코의 절규하듯 극적 감정이 음반에서 표출되기도 하고 저음역에서 고음역까지 자유롭게 오가는 네트렙코의 격정적 소프라노의 음색이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레코드 레이블 Pentatone의 부사장 Renaud Lolanger가 적시한대로 계속 확장되는 다채롭고 광범위한 음색의 팔레트, 자신의 새로운 레퍼토리에 최고의 표현력과 온갖 눈부신 기교를 동원하는 듯한 느낌, 전 음역에 걸쳐 유지되는 동질성과 배역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 큰 성량등이 인상적인 음반이었다.

듀엣 앨범 로만자는 또 어떤가. 현존하는 오페라계의 커플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자랑한다는 네트렙코와 에이바조프의 사랑에 관한 음악적 향연이자 두 부부에 대한 오마주 성격의 앨범인 이 음반에서 네트렙코의 팔색조 같은 다양성과 음역대가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내딛은 것은 이 음반에서도 다시 확인된다.

지난 10월9일 예술의 전당 내한공연에서 네트렙코는 맥베스의 '야망에 넘쳐서...일어서라 지옥의 사자들이여'에서 고음역대까지 어렵지 않게 소화하는 소프라노라는 인상을 초반부터 줬고 2부 시작곡 푸치니의 투란도트 '먼 옛날 이 궁전에서'도 네트렙코는 더 윤기있는 음색으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짜르의 신부 '마르파의 아리아'에선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등 제값은 했다고 본다. 레하르의 메리 위도 '입술은 침묵하고'에선 네트렙코의 파트너가 유시프 에이바조프가 아니고 바리톤 엘친 아지조프였더라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 아지조프의 바리톤 음성은 에이바조프보다 더 탁 트인 목소리를 들려준 느낌을 받았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도로테아 발쉬호이즐은 에이바조프의 듣기좋은 음색과 따뜻한 존재감이 음반 로만자에서 크루토이의 듀엣곡들을 강렬하게 물들였다고 평했는데 이번 서울무대에선 에이바조프는 엘친 아지조프보다 존재감을 발현치 못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았다.

오페라계의 커플 내한공연으론 과거 안젤라 게오르규와 알라냐 커플의 내한공연이 우선 기억나는데 당시의 평들을 보니 게오르규의 노래는 풍요로움의 절정이었고 알라냐의 목소리는 귀족적이고 세련미가 넘쳤다는 글들이 눈에 띈다. 이런 정황들을 볼때 때로는 음반이 실연 성악공연보다 좋을 때도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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