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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3 (십자매)

인연 3 (십자매)

 

박영동 칼럼리스트(현 법무사/전남인터넷신문 회장)

지금으로부터 약 16년여 전(2001년)으로 기억을 하는데 인천에서 생활하면서 주말이면 심야버스를 타야 했고 새벽 3시도 넘어 들어서는 방이 너무나 허전한 나머지 십자매 한 쌍을 입양 하였습니다.

둘이는 너무나 금슬이 좋아 서로 부리로 쪼아주고 깃털을 부비며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다 어느 정도 밤이 깊으면 작은 둥지 속으로 들어가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뱉어내는데, 긴 겨울밤을 같이 지새우는 동무가 되었습니다.

물과 먹을 것을 푸짐하게 놓아두고 고향에 갔다 꼭두새벽에 들어서면 그 작은 미물로 보이는 나의 동반자들이 마치 종달새인양 큰소리로 지저귀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감개가 무량하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따금 두 친구의 사랑싸움이 심하면 깃털이 날리거나 먼지가 일어나는 것이 약간은 싫어 베란다에 놓아두고 수시로 살피는데 둘이는 그지없이 행복하게만 보였습니다.

어느 날 물통의 물이 닳지는 않은지 문득 새장 속에 조는 듯 앉아 있는 한 마리 새가 이상하여 살펴보니 눈을 뜨고 앉은 자세로 영면하였는데, 물통의 물이 이미 얼어버려 줄어들지 않은 것을 모르고 멀쩡한 생명을 놓치게 된 것입니다.

그날 밤 십자매 한 마리와 가슴 아픈 이별을 나누기를 온 세상이 눈으로 덮여있는 화단의 언 땅을 돌로 애써 파헤쳐 안장을 시켜주었습니다.

며칠이 지났는지 혼자 남은 새가 너무도 애처롭게 보여 초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땅하게 보이는 배필을 구하여 새장 속에 살그머니 넣어 주었습니다.

무척이나 반갑게 손님을 맞이할 것으로 알았는데 한 마리가 다가서내려 앉으면 한 마리는 다른 쪽으로 휑하니 날아오르는 시소게임이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조용히 책장을 넘겨가면서 십자매의 신혼이 걱정되어 밤새내 자는 듯 마는 듯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침이 멀지 않은 시간까지 신경전을 계속하더니 무언가 시들해지는 순간 졸다가 눈을 떠보니 두 마리가 둥지 속으로 합방하여 드디어 평온이 찾아오는데 무려 9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저토록 작은 존재들도 만남과 헤어짐을 중하게 여기는 것을 보고 참으로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그럭저럭 혹독한 겨울을 외롭지 않게 보내다가 봄이 오면서 가엾은 십자매 한 마리의 영혼이 잠들은 철쭉 화단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이 맺혀가는 동안 고향으로 돌아올 날이 머지않게 되었습니다.

새장을 집으로 가지고 오겠다고 하자, 천식을 앓고 있는 아들에게는 치명적으로 해롭다면서 아들이 더 중하지 새가 중하냐는 핀잔에 못 이겨 왕고집을 접어 끝내 이별을 맞아야 했습니다.

살던 방 한 가운데 새장을 놓고 먹이를 놓아두고 뒤에 오시는 분께 무언으로 이분들을 잘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남겨놓고 돌리는 발길이 아무래도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고향에 도착한 후 한방에서 근무하던 동료에게 전화를 하던 중에도 애써 십자매의 소식이 궁금하여 물으면 나의 우문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그해 겨울 마치 처음으로 입사한 두 사람을 우리 부서에 배치를 받았는데 최단시간에 업무를 익혀야 하고, 다른 두 직원은 승진시험 공부를 해야 할 형편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쓰린 가슴을 안고 하드트레이닝을 하였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신규직원 둘은 선배들의 일을 맡아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하여 결국에는 두 선배들까지 나란히 승진시키는 경사를 일으켰습니다.

그로부터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내가 전에 제주에서 근무를 하였던 날로부터 꼭 20여년이 흘러간 뒤 다시 제주에 와보니 운명처럼 그 직원이 패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십자매 두 마리를 끝까지 거두지 못한 자괴감으로 이따금 밀려들던 쓰라린 아픔과 함께 자책감마저 들었는데 설마 하는 마음으로 운을 떼자 내가 떠나온 뒤 그 직원이 거두어 잘 길렀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고향인 제주로 오는 길에 십자매 두 마리를 2개월에 걸쳐 생존훈련을 시켜 드넓은 세상으로 자유롭게 놓아주었다 하니 계속하여 뇌리를 스치던 궁금증이 한순간에 사라지며 뒷골을 타고 내리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세상에 인연이란 무엇 일까.

사람도 아닌 새와의 인연도 이토록 지극한데 이날까지 맺었던 다른 사람들과의 말도 못할 온갖 인연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박영동  jun856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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