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연

 

 

하늘과 땅 사이에 인간이 있고 인심이 곧 천심이라 하였다.

하늘은 아마 광대무변한 은하계를 가리키고 땅은 변화무쌍한 지평선을 포함한 그 아래를 일컫는 말일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 인간이 있다 하는데 인간의 존재가 무엇인데 이토록 우주를 이루는 한 축으로 불리는 것일까.

우연히 알게 된 일이지만 하찮은 바퀴벌레가 성년의 바퀴가 되는 데는 11번의 탈피를 거쳐야만 하고 그 중 한 번의 실패는 죽음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매미는 여름 한철 울기 위하여 유충으로 땅속에서 7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고 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루살이가 1000일을 물속에서 살면서 25회에 걸쳐 허물을 벗고 마지막 일주일은 유충으로 지내다가 마지막 날 하루 주둥이와 내장과 항문도 없이 오로지 생식기만 갖추고 찬란한 비상을 하여 자손 번식의 향연을 끝으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과연 인간에게 미물에 불과하다고 느껴지는 생명체들이 얼마나 많은 공덕을 쌓아 존재의 의미를 새겨 가는지 가히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불가의 육도윤회 사상에 의하여 지구상에 살아가는 제 각각의 존재들이 계속하여 공전을 거듭하다 급기야 인간의 경지에 이르려면 얼마나 많은 공덕이 필요할까.

인간으로 태어나는 인연은 억천만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1겁이란 하늘과 땅이 한번 개벽한 때로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시간(속칭 가로 세로 1미터의 돌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에 의하여 모두 닳아 없어지는 세월)이라고 했는데 그 한계가 현실적으로 계측이 가능한 일인지나 궁금하다.

인간으로써 태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얻었다 하더라도 과연 지금의 나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태초에 생명의 조상은 물속의 단세포에서 시작 되었다 하고 계속되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 가까이는 우리들 인간의 시조뿐 만 아니라 이후 우리들 성씨의 대종 보에 표기된 까마득한 조상님 중에 한번이라도 잘못된 만남이 있었다면 현재의 나 는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으로부터 정기를 물려받을 당시에도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를뿐더러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번에 3억 또는 4억 정도의 개체가 일제히 출발하여 최초에 도달한 개체가 내가 되었다고 하니 그 인연 또한 소름 끼치도록 아찔하다.

그리하여 인간으로 태어난 모든 존재가 귀하고 또 귀하고 아무리 못 미더워 장애가 있다 하여도 곧 하늘과 같은 인성이 내심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위와 같은 인연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건한 마음으로 진실로 중하고 또 중하게 여겨야 한다.

천재일우의 인연으로 태어난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다 보면 정작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거나 신체에 상처를 입히거나 경제적으로 속여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인격이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요즘 본인은 하늘처럼 중히 여기면서도 정작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경멸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내 마음이 고무줄이나 다름없으니 똑같은 일에도 내가 지은 죄는 10센티고 남이 지은 죄는 마음대로 늘려 무한정이다.

어느 죄수는 자신이 비록 여러 사람의 생명을 해쳤다 할지라도 짐승처럼 쇠고랑을 채운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은 경시하면서 정작 자신의 살갗은 흠집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러한 주장에 대하여 논란거리가 되고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에게도 항변할 기회가 있다는 것은 인간의 가슴에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만 가지 종교가 한 가지 근본에 있다는 논리에 의하면 불교에서 이르는 극락이나 기독교에서 이르는 천국이나 모두가 우주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인연들이 얽히고 풀어지고 나아가고 물러서고, 가고 가고 가고 가다 또 가는 것이 천국으로 향하는 것인지 지옥으로 향하는 것인지는 제 각각 인연 줄에 쌓여가는 업보에 의하여 정해질 것이다.

질기고 질긴 인연 줄을 붙잡아 1년에 160만 명의 아이가 잉태하였음에도 그 중 40만 명의 아이들만 태어나고 나머지 120만 명의 아이들은 산부인과에서 한 점 티끌로 사라진다는 현실은 너무나도 원통한 일이다.

한에 맺힌 태아들의 피눈물이 과연 우리들 앞날에 먹구름이 될 것이 명약관화 한데도 이를 방치한다면 태초부터 내려온 인연 줄에 의하여 결국에는 감당하기 힘든 재앙이 내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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