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풀은 없다

 

농촌에선 잡초와의 전쟁이 필수다. 잡초는 아무데나 잘 자란다. 뽑은 뒤 얼마 되지 않아 단물을 먹은 듯 쑥쑥 자라난다. 그렇다고 잡초를 그냥 놓아둘 수는 없다. 뽑지 않으면 어느새 텃밭이 잡초밭이 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잡초 같은 인간이란 말이 생겼을까. 이런 잡초는 농작물의 성장에 필요한 양분과 수분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빛과 통풍을 차단하여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심지어는 병충해를 일으키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저 잡초라고 전부가 해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발에 채이고, 제초재로 사라져가는 잡초가 미래의 귀중한 약제와 식용으로의 높은 가치가 있는 경제재로 등장할 지 그 누구도 모른다. 사실 어떤 잡초가 특별한 약효가 있다는 발표가 있으면 그 잡초는 귀한 명초가 되고, 때론 구하기 힘든 품종이 되며, 나중엔 구할 수 없는 절품이 된다. 얄밉게도 잡초는 본연의 의무를 다한다. 폭우가 내릴 때는 토양의 유실을 막아주고, 건조할 때는 풍해(風害)를 약화시킨다. 단단한 흙은 잡초뿌리가 흙속을 파고들어 부드러운 토양으로 일구어 낸다. 뽑아낸 잡초는 농작물의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여 주기도 하고 죽은 잡초는 썩어서 퇴비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전체 식물사회에서 보면 ‘쓸모없는 풀’은 없다. 모두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아름다운 자연을 구성하고, 산소를 내뿜어 공기를 맑게 하며, 다른 동식물들에게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천연자생식물은 생명공학산업의 밑거름

 

우리 조상들은 생활주변에 있는 풀을 소중히 여겨 잘 이용하여 왔다. 파리나 모기가 극성을 부리면 파리풀을 찧어 해충을 잡았고 여름에 자주 발생하는 배탈이나 식중독에는 이질풀을 이용하였다. 부인병에는 익모초를 달여 먹었으며 만병에 효과가 좋은 만병초라는 식물이름을 짓기도 하였다. 이처럼 우리조상들이 주변에 있는 자생식물을 약용으로 이용함으로써 약리작용 자체가 식물 이름으로 쓰인 것들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등장하는 약용식물만 하여도 일천여종에 이르는 것을 보면, 일찍부터 우리나라는 자생식물을 이용한 지혜로운 민족이었다.

최근 농촌진흥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농촌이 건강 및 휴양공간으로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소주, 항주지역보다 환경적 다양성과 어메니티적 가치가 더 나은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 농촌환경이 갖고 있는 장점으로 산림, 계곡 등 건강에 좋은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산림 녹지율이 우리나라가 65%인데 비해 중국 소주지역의 경우는 3% 정도로 현저히 적으며, 전체 면적 중에서 42% 정도가 수면(水面)으로 되어 있어,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경관 등 어메니티 개발가치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농촌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 배산임수 형으로 자연의 이치에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우리나라 전체 6만2천여개 자연마을과 곳곳에 깊은 계곡과 숲 등이 풍부한 자연자원을 갖고 있어 어느 나라보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웰빙공간으로 환경적 가치가 우수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지구에 상처를 주고 식물은 쉼 없이 그 상처를 치유 한다'는 경구를 명심하고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잡초 중에서 귀한 약제로, 또는 원예용으로 개량 육종 가능한 식물들을 자원화 하여 농가소득에 도움을 주자. 그리고 기존 원예용으로만 쓰이는 자생식물들을 약용 또는 식용으로 자원화의 폭을 넓혀보자.

그리하여 천연자생식물이 첨단 생명공학산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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