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 솔리스트들의 개성있는 가창이 콘서트버전의 오페라 약점 커버한 인상적 콘체르란토”

올해 14회째를 맞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지난달 29일 토요일 저녁 한국초연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op.33' 오페라의 콘서트 버전을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 무대에 올린 것을 계기로 유럽의 여름음악제에 맞설 수 있을 공연콘텐츠 제시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Great Russian Masters'(볼가강의 노래)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는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무대였던 것은 역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저명한 마린스키 오페라단이 음악회 형식으로 선보이는 프로코피예프의 코믹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The Love for Three Oranges)'이었던 듯 하다. 서울의 음악 기획사 대표, 서울시향 대표, 다수의 음악칼럼니스트들과 적지않은 음악계 인사들의 면면을 포함, 전직 외교장관과 대학총장, 주한대사등 1천여명이 집결해 관심있게 지켜볼 만큼 이 공연에 쏠린 관심이 만만치않음을 보여줬다.

 

오페라의 콘서트 버전 음악회는 서울시향의 바그너 링 시리즈를 통해 최근 접해봤지만 초저녁에 서늘한 알펜시아 뮤직텐트 무대에서 펼쳐진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우선 굉장히 시원했다. 더욱이 이 공연을 위해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들이 러시아의 음악 수도로부터 특별히 날아온 것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듯 이들이 입장하는 순간부터 계속된 환영박수가 이어져 이 공연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음을 입증했다.

〈3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3개의 오렌지를 찾아 떠나는 왕자와, 마법으로 그것을 저지하는 마법사 등 풍자, 익살, 재미를 담은 오페라로 프로코피예프 자신의 음악세계를 담아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 18세기의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고치의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프롤로그와 4막으로 구성된 오페라를 완성한 프로코피예프는 고치의 원작을 수정, 간결한 형식 속에서 대립과 갈등을 부각시킴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강조했고, 시끌벅적한 풍자극과 환상적인 동화가 조화를 이룬 현대적인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작곡가의 모국어를 쓰는 출연자들이 노래하는 가창으로 조르벡 구가에브의 지휘 리드 아래 프로코피예프 최고의 음악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낸듯 해서 공연이 끝나고도 오랜 커튼콜이 이어졌다.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2012년 가을에 게르기예프 지휘하의 두차례 연일 내한공연을 다 본 기억이 있지만 오케스트라 반주이다보니 마린스키의 명성에 걸맞는 오케스트라 연주역량이 빛을 발했다기보다 3막 2장에서의 리네타와 니콜레타등의 솔리스트들의 풍부한 성량등 솔리스트들의 기량이 더 빛을 발했던 것 같다. 한마디로 본토 솔리스트들의 개성있는 가창이 콘서트 버전의 오페라 공연의 약점을 커버하고도 남을 인상적 콘체르란토 공연이었다고 요약하고 싶다.

작곡가의 모국어를 쓰는 출연자들이 노래하는 키로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단연 최고로 여겨진다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op.33>을 본바닥에 언젠가 가서 감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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