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인간의 핵심감정을 기쁨, 슬픔, 분노, 공포, 혐오, 놀람 등의 6가지 기본1차 감정으로 분류하고 불안과 고독은 1차 감정에서 생겨난 2차 감정이라고 하였다. 불안(Anxiety)한 감정은 심리적으로 불쾌하게 느껴지고 신체적으로 초조한 긴장이나 흥분 상태를 유발시키며 각성상태를 만든다. 궁극적으로 뇌가 위협을 감지할 때 생기는 감정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보전하도록 돕는 순기능 역할도 한다. 즉, 인간은 누구나 불안이라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안의 요소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불안한 감정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불안장애(Anxiety disorder)’로 진단한다.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복적인 생각 속에 갇히게 된다

뇌가 각성된 상태는 에너지와 집중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는 눈앞에 닥친 일들을 충실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순기능적인 역할이다. 그렇지만 과도한 불안은 인간의 생각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복적인 생각 속에 갇히며 “생각에 잠겨 있는 상태”가 된다. 불안한 생각 속에 잠겨있다 보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타인과의 소통 및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과거의 특정한 상황에서 불안을 느꼈던 경험으로 인해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불안해 지는 ‘예기불안(Expectation anxiety)’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과거의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다가 지적을 받거나 수치심을 느꼈던 기억이 있었다면 또 다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 호흡이 빨라지거나 가슴이 뛰어서 불안해지고 긴장감이 고양되는 경험을 한다. 이는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과 감정이 조건화되어 트라우마(Trauma)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불안의 종류를 세 가지로 설명하였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눈에 보이는 불안으로 무대공포, 대인공포, 시험불안 등 현실의 위험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 불안이다. 성적본능과 공격적 본능의 무의식적 측면이 의식화되어 표현될 것 같은 불안으로 신경증적 불안이다. 신경증적 불안 상태가 되면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생각들 속에서 불안감을 느낀다. 예를 들면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되지만 때리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들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도덕적 불안은 현실을 살아가면서 도덕적 기준에 위배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할 때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불안은 현실불안에 속한다.

 

불안이 장애수준으로 과도하게 발달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안을 완전히 장악하거나 없애는 일은 불가능하다. 적절한 불안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생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 다시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으로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밀접한 개념인 것이다. 불안에게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다. 그러기에 장애수준으로 과도하게 발달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과 불안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자신이 현재 느끼는 불안을 정확하게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때의 느낌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2015년에 출간된 <당신의 감정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라는 책이 있다. 30년 동안 감정을 연구한 심리학자이며 정신분석학자인 ‘메리 라미아’는 14가지 인간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녀는 책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은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경고하는 신호다, 하지만 주의할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느낌과 생각을 바탕으로 각자 해석해야 한다. 불안은 불편한 느낌과 생각을 유도해 행동의 방향을 제시한다.”라 하였다. 불안이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한다. 불안을 무조건 불편한 감정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통해 순기능적인 역할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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