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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회 칼럼] 우리는 모두 인생 마라토너
  • 허정회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6.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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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간만에 모교를 찾았다. 후배들이 인생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선배들이 특강 하는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서기 위해서였다. 이름 하여〈후배사랑 선배특강〉이었다. 각기 전공이 다른 20여 명의 선배들이 후배들의 멘토로 자리를 함께 했다. 특강은 고등학생 약 25명을 대상으로 학생들을 바꿔가며 한 시간씩 2교시에 걸쳐 진행됐다.

나는 ‘우리는 모두 인생 마라토너’라는 제목으로 마라톤과 인생의 공통점을 비교하여 설명했다. 마라톤을 101회 완주한 선배로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인생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들려주고 싶었다.

누가 나를 대신해 마라톤을 달릴 수 없듯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 스스로 모든 일을 감당하고 해결해야 한다. 인생도 마라톤처럼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참고 견디면 마라톤 완주할 때처럼 무한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매사에 ‘주인 의식’을 지니고 주인처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마라톤은 땀 흘린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운동이다. 기록이 좋았던 대회를 복기해보면 많은 준비를 했던 때다. 우리 다리 근육은 달린 거리를 정확하게 기억하기에 그렇다. 어쩌다 코스를 벗어나 짧은 거리를 달리는 부정선수를 본다. 하지만 그 선수는 완주해도 왠지 찜찜할 것이다.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42.195km. 광화문에서 수원까지 이르는 먼 거리다. 두 다리로만 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도전 정신이다. 힘들어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려라. 직업 택할 때도 그러하다. 안전한 길보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보람된 일을 찾아라. 설사 넘어져도 실패에서 성공하는 법을 배워라. 인생에서 도전처럼 아름다운 가치는 없다.

반드시 오르내리막이 있다. 마라톤은 트랙경기와 달리 도로에서 달린다. 마라톤 코스로 공인 받으려면 적당한 높낮이의 경사와 굴곡이 있어야 한다. 선수들은 각 대회마다 다른 코스 특성을 잘 익히는 게 중요하다. 오르막에 대비해 힘을 비축해야 한다. 내리막에서도 조심해서 달려야 한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잘 나간다고 으스대지 말고 잘못 됐다고 기죽지 않아야 한다.

일정한 페이스로 꾸준하게 달려야 한다. 30km 이후 체내 에너지 고갈에 대비해 힘을 가장 아끼는 방법이다. 한 번 걷게 되면 몸이 굳어져 다시 달릴 때 더 힘들게 된다. 앞으로 100세까지 생애주기별로 인생을 잘 설계해야 한다. 젊어서나 나이 들어서나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평생 부지런하고 성실해야 한다.

강의 말미에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병석에 누워있을 때 했던 말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나는 사업에 성공해 많은 부를 일궈 사람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부와 갈채는 죽음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평생 굶지 않을 정도 돈만 있다면 돈 버는 일 외에 다른 걸 하라. 인간관계일수도, 예술일수도, 자기 꿈을 쫒는 일일수도 있다. 돈 돈 돈 하면 나처럼 비뚤어진 인간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이 세상 떠날 때에는 사랑으로 점철된 추억만 가져갈 수 있다. 잃었던 물질은 되찾을 수 있지만 건강은 그렇지 않다. 건강관리 해라. 자기를 사랑하라, 그리고 이웃도!”

나는 후배들에게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자신만의 주법과 페이스로 머리에는 꿈을, 가슴에는 희망을 품고 달리라는 당부를 했다. 그리고 가급적 20, 30대 때 마라톤을 경험하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끝으로 특강을 마쳤다. 후배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강의를 했다고 생각하니 늦은 밤이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허정회 칼럼니스트  hihuh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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