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사운드의 과정의 연속을 체험케하는 시간

끊임없이 지속되며 부드럽게 이어지는 소리를 내는 현악기의 주법, 목관 악기들의 소리가 적절한 때에 돋보이는 것, 금관 악기들과 나머지 오케스트라가 항상 긴밀하게 연결되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앙상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야니크 네제 세갱이 설명했다는 깊은 음악성과 앙상블을 향한 비교할 수 없는 헌신의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느껴보기엔 지난 6월7일 저녁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첫날부터 선곡의 일말의 아쉬움은 없었다. 이튿날인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리스트 ‘프로메테우스’ 교향시 5번, 멘덴스존 바이올린협주곡, 베토벤교향곡 5번 ‘운명’이 새로운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확인하기에 최적의 구성이었다는 시각이었음에도 말이다.

 

어쩌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첫날 연주곡들은 벨벳 사운드가 이런 것인가 하는 체험을 하는, 관객에게는 필라델피아 사운드의 진수가 흘러나오는 과정의 연속을 체험케하는 시간이었던 듯 싶다.

베토벤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 Op.43에서부터 벨벳 사운드를 들려주며 활달하고 자유스런 지휘 비팅을 보이는 세갱에게 4년전 성남아트센터에서 가졌던 상반된 인상은 없었다. 두 번째 연주곡인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1947 버전)은 목관 악기들의 소리가 적절한 때에 돋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후반부의 브람스 교향곡 4번 역시 묵직하고 꽉찬 느낌의 사운드로 필라델피아 벨벳사운드를 확인하기에 모자람은 없었다. 악기들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다채로운 발레의 움직임을 표현해 낸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중후함을 넘어 정확하고 세련미 넘치는 풍성함을 선사한 브람스 4번이었다는 평들이 줄을 이었다.

5월30일 중국 북경 국가대극원(National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에서 있었던 같은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도 북경 현지 언론은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는 특히 오케스트레이션의 변주가 증명한 바대로 컬러의 점차적 이행이 흡사 피카소의 초현실주의적 회화그림 같았고 역동적 빛깔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했다(the color gradation demonstrated by its orchestration variation was just like Picasso’s surrealistic paintings, forming dynamic tint beauty)”고 평했다.

1970년대 말이나 80년대초 유진 오먼디까지의 기억은 아닐지라도 1996년 볼프강 자발리쉬 지휘 이후의 필라델피아 내한공연은 거의 다 빠트리지 않고 관람했을 터이지만 특히 올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보며 느낀 바는 네제 세갱 특유의 큰 스케일과 날렵하고 공격적인 시각이 어우러져 진일보한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들려주고 간 느낌이다. 지난주에 필라델피아의 내한공연에 앞서 네제 세갱이 4년전 성남아트센터에서 지휘를 이끈 로테르담필 내한공연이 있었지만 그동안 4년간에 걸쳐 네제 세갱의 활동폭이 엄청나게 넓어진 것을 보고 그의 지휘자로서의 빠른 신장세에 국내 관객들이 감격해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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