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의 시 / 양여천 시인

나는 그 위에 선다

내가 말할 수 없는 것에
내가 표현할 수 없는 것 앞에
내게 밀려드는 감정들 앞에
내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내 가슴을 두드리며 그 순간에 느껴지는
나는 그들을 지배할 수는 없는 채로 그 위에 선다

수백만가지의 단어들을
머리속에서 솎아내고

단 한 마디 단어에 손을 내밀어
악수하려다가 순간 멈칫한다

이게 옳은 것일까?
이게 맞는 것일까?
이 표현이 적합한 것일까?
이렇게 쉽게 내뱉고
이렇게 쉽게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우리는 늘 너무 쉽게만 살아왔다
한 번의 말에, 한 번의 행동에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고민해 보았던가?
나는 얼마나 그 한마디의 말을 위해
담요를 뒤집어 쓰고 울어보았던가?

여기에 또 한 번의 헛된 한 마디가
봄바람의 폭풍속에 꽃 한 잎처럼
나긋나긋 입안에서 맴을 돌다가
한 점의 불꽃처럼 가슴에서 승화한다

쓰여지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몸서리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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