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관현악의 진면목을 봤다.

지난 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은 미코 프랑크 지휘 라디오프랑스필은 특히 후반부의 라벨 어미거위모음곡과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제2번에서 프랑스악단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연주실력을 드러내 그 시간, 그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음악을 선사했다.

라디오프랑스필의 가장 최근 공연을 본 것은 2013년 9월24일 정명훈 지휘로 첫날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카니발, ‘환상교향곡’, 비제의 카르멘모음곡을 들었을 때다. 올해 라디오프랑스필의 내한공연은 미코 프랑크가 핀랜드사람인 까닭에 시벨리우스의 크리스찬 2세 모음곡중 ‘야상곡’과 손열음이 협연한 거슈인의 피아노협주곡 F장조, 그리고 후반의 라벨의 어미거위 모음곡과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제2번으로 4년전에 비해 미려한 프랑스의 선율을 감상키에는 더할 나위없는 기회였다.

라디오프랑스필은 스베틀린 루세브가 이날 악장으로 튜닝을 조율, 새삼 그의 위상과 비중이 커진 것을 보게돼 서울시향 악장을 계속 이끌어 국내 교향악단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한 점이 공연내내 맴돌았다. 전반부 첫곡 시벨리우스의 크리스찬 2세모음곡중 ‘야상곡’은 라디오프랑스필의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줬고 손열음이 협연한 조지 거슈인의 피아노협주곡 F장조는 싱싱한 선율과 경쾌한 리듬, 손열음의 섹시한 연주에다 그녀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을 화려한 마무리로 교향악의 향연을 더했다.

 

라디오프랑스필의 내한공연 직후 26일에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의 말러의 천상의 삶, 말러교향곡 4번 연주가 펼쳐졌다. 서울시향 전 부지휘자였던 성시연이 친정으로 돌아와 웨인린이 악장을 맡아 티켓파워가 예전 같지 않은 이날 서울시향 공연은 주연선이 헤브라이광시곡 ‘셀로모’를 연주하고 후반부엔 이날 메인곡인 말러교향곡 제4번을 들려줬다.

2013년 7월 19일 매혹적으로 들었던 서울시향 말러교향곡 제4번의 타임머신으로 돌아가 평화가득한 선율의 3악장, Ruhevoll, poco Adagio의 연주밀도가 높고 임선혜가 등장한 4악장의 Sehr behaglich를 들었지만 4년전의 매혹적 선율을 다시 접하기엔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은 서울시향 연주회였다. 이는 상임지휘자의 강력한 리더십하에 악장 이하 상승곡선을 타는 국내 대표 교향악단의 상승곡선을 보지 못한 안타까움에서다. 섬세한 오케스트라 연주및 리릭 소프라노의 관능적 탐미로 청중을 사로잡아 서울시향이 근래 볼 수 없었던 밀도높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섬세한 연주로 유럽 콘서트홀에 내놔도 손색없을 2부의 하이라이트였던 말러 교향곡 4번 G장조 연주로 서울 클래식팬들을 매혹시켰던 점을 기억하면 유럽 무대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연주를 들려줄 이번 라디오프랑스필같은 쟁쟁한 국내악단의 부재는 더없이 아쉬움이 크다.

앞서 전임 서울시향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를 꺼낸 까닭은 지휘자 못지 않게 악장의 역할과 비중도 그만큼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 까닭이며 무엇보다 이번 라디오프랑스필 내한공연은 미코 프랑크의 회심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무대인듯 해서 다음 그의 내한무대가 기다려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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