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위한 페트루슈카 3개의 악장서 감성적으로 충분히 적셔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피아니즘을 강철 타건에만 가두는 것은 옳지 않음을 보여준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였다.

지난 5월16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이렇게 섬세한 피아니즘을 선사할 수도 있나 하는 경외감을 느끼게한 전반부의 쇼팽: 4개의 즉흥곡및 이날 피아노 연주의 하이라이트였던 스트라빈스키 피아노를 위한 ‘페트루슈카’의 3개의 악장에서 감성적으로 충만히 적셔준 점에서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새로운 피아니즘을 깨닫게한 무대였다고 할 만 하다.

 

‘건반위의 사자’라는 닉네임의 베레조프스키는 연배는 다르지만 체격상 ‘건반위의 현자’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를 흡사 연상시킨다.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는 5년전인 2012년 11월 2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테이트 심포니와 협연을 가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B단조(Piano Concerto No.1 B Flat minor, Op. 23)에서 서울 공연장 무대에서 근래 보기드문 가장 격정적 연주로 청중들의 감격어린 브라보를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새롭다.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1번은 제1악장이 모든 협주곡을 통틀어 도입부가 가장 유명, 힘이 넘치고 다이내믹한 타건의 가브릴로프는 휘몰아치는 부분에선 거의 일어설 듯 열정적 자세로 청중을 열광시켰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르릴로프의 연주회 얘기를 꺼낸 까닭은 이번 베레조프스키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의 체격과 힘이 배제된 연주회로 베레조프스키의 피아니즘이 직관적이면서 성찰적인 면에서도 매우 강점을 갖고 있는 점을 보여준 까닭에서다. 이런 베레조프스키의 직관적인 피아니즘은 텔덱 레이블의 연습곡 op.10과 op.25등이 수록된 쇼팽 음반등을 들으며 더욱 확연히 선명해졌다.

이번 베레조프스키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베토벤 소나타 13번, 쇼팽 4개의 즉흥곡, 바르토크 피아노 소나타 Sz.80, 스카를라티의 3개의 피아노 소나타,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 소나타와 피아노를 위한 ‘페트루슈카’ 3개의 악장으로 꾸며 바로크, 낭만 그리고 현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레퍼토어 스펙트럼의 지역적 민속적 민족적 색채가 강한 작품으로 구성된 면을 보였다. 체격면에서 베레조프스키는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와 유사하지만 이날 피아니즘의 타건은 유약한 이미지의 흡사 미하일 플레트네프적인 것에 가까워 지난 2014년 6월1일 내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진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No. 4와 No. 13으로 연주한 전반부에선 소나타 No. 13에서 No. 4보다 영롱하고 더 부드러운 톤을 선보이고 2부에선 바흐의 영국모음곡 No. 3와 스크리아빈의 24개의 프렐류드 Op. 11이 연주돼 스크리아빈의 24개의 프렐류드에선 하나의 독립된 악구의 프렐류드로서 풍부한 선율의 서정성을 제공했던 것을 기억하면 이제 러시아 피아니스트 하면 강철 타건의 이미지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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