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생(桂生;1513~50)은 조선시대의 여류시인, 성은 이씨(李氏), 본명은 향금(香今)이다. 호는 매창(梅窓)·계생(癸生)·계량(桂娘·癸娘)이고 부안(扶安)의 명기(名妓)로 가사(歌詞)·한시(漢詩)·가무(歌舞)·현금(玄琴)에 이름이 높다.

작품집으로 《매창집(梅窓集)》이 한 권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지은 여러 편의 작품은 전해지고 있다. 주요 작품에는 <추사(秋思)>, <춘원(春怨:봄날의 원망)>, <무제(無題)> 등이 있다.

매화(梅花)나무는 앵두과의 낙엽 황엽 교목이다. 높이 5m, 이른 봄에 백색 또는 연분홍색 꽃이 핀다. 정원수로 심고 과실은 식용하거나 약용한다. 매창은 ‘매화꽃이 핀 창(窓)’이다.

여기 그녀의 시 <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며>를 소개 한다.

 

聽 鷄 청 계

 

瓊 苑 梨 花 杜 宇 啼 경 원 이 화 두 우 제 

滿 庭 蟾 影 更 凄 凄 만 정 섬 영 갱 처 처

相 思 欲 夢 還 無 寢 상 사 욕 몽 환 무 침 

起  梅 窓 聽 五 鷄 기 기 매 창 청 오 계 

 

동산에 핀 배꽃에 두견새 슬피 우니

뜰 앞에 어린 달그림자 마냥 쓸쓸타.

그리워 꿈속에서 만날까 잠 못 이뤄

일어나 창문에서 날샐녘 닭울음 듣네.

 

계생은 조선시대의 남성위주의 폐쇄적인 사회에서 억압 받던 여인들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갈등을 해소하는데 일조(一助)를 하였다. 기녀(妓女)로서 일반적인 사대부가(士大夫家)의 여인들에 비해 자유로운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의 시를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계생이 평생을 두고 지향했던 세계가 어떤 것이었나를 감히 짐작하게 한다.

범상한 기녀와는 달리 음운(吟韻)에 일가를 이루고 풍류(風流)의 멋을 알았지만 그녀는 늘 한정된 자기의 울타리 진 세계를 훌쩍 떠나 자유롭고 열려있는 세계를 동경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자신이 주어진 시대환경 속에서 아무리 굳건하게 대지를 딛고 높이 비상(飛翔)하려고 발버둥 치며 애썼지만 그녀를 둘러싼 현실은 달랐다. 결국 새장에 갇힌 새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고 절망하고 만다.

계생은 이같이 자신의 예민한 감수성으로 억압된 현실을 인식하고 새로운 세계를 동경했다. 이것은 바로 그녀가 당대의 여인들이 숙명처럼 걸머지고 있던 굴레를 벗어보려는 피나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 새벽까지 뜬눈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리운 이를 기다리며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움, 쓸쓸함, 순결의 이미지만 남아 있다.

예전에 여류시인들은 사대부들의 시가 감히 담을 수 없는 독특한 시의 세계를 포괄하고 있다. 은근한 기다림 속에 여성적인 끝없는 한(恨)과 원(怨) 그리고 정(情)을 표일(飄逸)하게 노래하고 활달하고 거침없는 애정을 목청껏 노래하기도 한다. 질식할 것 같은 이미 꽉 막힌 세상 속에서 남성 중심의 모진 역경과 환경 속에서 이상적인 세계의 동경을 끊임없이 추구하기도 한다.

진솔한 표현의 사실성, 절제되고 소극적인 사랑, 그리고 꿈에 그리는 이상세계는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그리던 “멋진 신세계(A Brave New World)”였을 것이다. 열린 세계로의 끊임없는 동경을 이 모든 소리 없는 아우성을 노래하고 있다.

금원(錦園;1817~未詳)은 원주(原州)사람으로 조선 헌종 때의 여류 시인이었다. 시랑(侍郞) 김덕희(金德熙)의 소실(少室)이었다. 시문에 특히 능하였고, 저서에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 문집(文集)이 있다.

어려서부터 고금의 문장과 시를 가까이하여 스스로 시를 지었으며 경사(經史)에도 능통하였다. 순조(純祖) 30년(1830) 남장(男裝)을 하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올라와 김덕희의 소실이 되었다. 1845년 남편과 같이 관서지방(關西地方)을 유람한 후 서울로 돌아와서는 운초(雲楚)·경산(瓊山)·죽서(竹西) 등의 여류시인과 교류하고 시를 읆으며 여생을 보냈다. 저서로는 ≪호동서락기≫외에도 ≪용산삼호정(龍山三湖亭≫, ≪망한양(望漢陽≫ 그리고 ≪강사(江舍)≫ 등 불마(不磨)의 시를 남기고 있다.

 

海 棠 花 해 당 화

 

百 花 春 已 晩 백 화 춘 이 만

只 有 海 棠 紅 지 유 해 당 홍

海 棠 若 又 盡 해 당 약 우 진

春 事 空 復 空 춘 사 공 부 공

『모든 꽂들은 봄이 이미 늦었는데

오직 해당화만이 붉게 남았네

해당화마저도 다 지고 나면

봄의 일이란 모두 허사일세!』

 

해당화(sweetbriers)는 장미과, 해안의 모래밭에 군생하는 낙엽관목이다. 높이 약 1.5m, 관상용으로 뜰에도 심는다. 가지에 가시가 밀생(密生)하며, 잎은 겹잎(雙葉)으로 5~9장의 작은 잎이 있다.

5~7월에 지름 약 6㎝의 홍자색(紅紫色), 또는 백색의 아름다운 꽃이 핀다. 열매는 구형(球形)이며, 9월경에 붉게 익는다. 꽃잎을 말려 약용으로 사용하고, 뿌리의 껍질은 염료로 쓴다. 주로 동북아시아에 분포한다.

여기에 소개한 그녀의 시 ‘해당화’는 5언 절구(五言絶句)로 즉 오언 사구(四句)로 된 시를 말한다. 오언 율시(律詩)와 함께 근대적인 한시형(漢詩型)의 하나로, 당(唐)나라 때에 꽃을 피고 성행하였다. 절구(絶句)는 중국 고전시의 시체(詩體)의 하나이다. 4구로 구성되며 1구는 주로 5언과 7언 두 종류가 있다. 각 구(句)는 <기승전결(起·承·轉·結)>이라 하여 원칙적으로 우수구(偶數句)가 각운(脚韻)을 포함하나, 7언은 기구(起句)도 압운(押韻)한다. 당대(唐代)에 설립된 근대시체(近代詩體)의 하나이다.

기승전결은 기승전락(落), 기승전합(合) 이라고도 한다. 시문(詩文)을 짓는 격식이다. 시의 시작을 알리는 처음을 기(起:introduction)라 하고 처음의 뜻을 받아쓰는 것을 승(承:development)이라 하고, 중간에 뜻을 한 번 바꾸는 것을 전(轉:turn)이라 하고, 전편(全編)을 거두어서 끝을 맺는 것을 결(結:conclusion)이라 한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