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연세대에서 개최된 ‘2017 세계행복보고서 세미나’에 참석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와 한국삶의질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였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사회적 요인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집필 책임자인 UN SDSN 대표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컬럼비아대학 석좌교수의 기조강연 이었다.

그의 문제 제기는 이렇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세계 25위다. 하지만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한 한국 국민 행복순위(2014~2016)는 세계 155개국 중 56위다. 이는 1인당 국민소득,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기대건강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삶의 선택에 대한 자유(freedom to make life choices), 기부 또는 봉사와 같은 자비(generosity), 부패에 대한 인식(perceptions of corruption)을 주요 지표로 계산한 종합순위다. 이렇듯 한국은 경제력으로는 세계 상위권인데 국민행복 순위로는 중위권이다. 왜 이런가?

그의 진단은 이렇다. 한국은 행복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중 사회적 지지가 취약하다는 걸 제일 먼저 꼽았다. 사회적 지지는 이를 테면 가족, 친구, 친척, 제도(institution), 소방서, 경찰, 직장 동료, 종교, 정부, 이웃과 같이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곳을 말한다. 또 한국인들은 일과 삶의 불균형이 심해 내 삶을 위한 자유가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의 노동시간(2015)은 연간 2113시간으로 37개 OECD 국가 중 35위다. 이는 독일보다 700시간 이상 많은 것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심각해 청년 스트레스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패에 대한 인식문제도 지적했다. 한국의 2016년 국제투명성 부패지수는 세계 176개국 중 52위이다. 최근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서 보듯 정부와 대기업의 결탁으로 인한 부정부패는 심각한 사안이다.

그의 처방은 이렇다. 각계각층에 만연돼 있는 부패 척결로 건전한 협치(governance)체제를 확립하라는 것이다. 또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더욱 많은 여유시간을 향유해 ‘삶의 자유’를 찾으라고 권한다. 실업은 행복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인 만큼 무엇보다 청년을 위한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행복은 인류 최대의 화두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 그러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행복하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이라는 게 있다. 1970년대 미국 경제학자 이스털린은 소득이 일정수준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늘어나도 더 이상 행복은 증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기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가까워진 우리는 소득보다는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복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있다. 바로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소위 ‘지구촌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이다. “부탄은 히말라야의 풍부한 수력발전으로 남아도는 전기를 수출하는 경제중진국이다. 사회․경제적 기반이 튼튼해 전 국민이 무상으로 교육과 의료 혜택을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 가난해 국민이 정신적으로만 행복할 것이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 부탄에서는 악기를 배우듯 행복해지는 것을 가르친다. 부탄의 행복비결은 4S로 요약되는 Small(작음), Slow(느림), Smile(미소), Simple(단순)이다. 나와 내 가족만이 아니라 다른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해 자비를 베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행복감을 크게 높인다.” 부탄 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의 얘기는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반년 동안 국정공백 끝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정치가 지향하는 제일 큰 목표는 ‘국민 행복’이다. 새 정부는 제프리 삭스 교수의 제언을 경청하고 부탄의 4S를 참고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 나감으로써 앞으로 대한민국의 행복순위가 상향 조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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