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세렝게티역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에 이슬이 맺혔다
목마른 대지는 이슬만으로 배를 채울 수 없어
길 잃은 개미마저 찢어지는 땅을 움켜쥐었다

세렝게티역

수백만 마리의 누떼와 얼룩말이
물과 먹이를 찾아 전철을 타기 위해 모여들었다
풀이 마르고
물이 마르고
생명이 타들어 가는 건기를 피하기 위해
삶의 기나긴 여정마저 저물어 간다
어미를 따라 나선 어린 톰슨가젤은
이웃 구경에 신이 났다

물웅덩이를 만났다
경험 적은 누 한 마리가 물가로 다가갔다
악어의 푸른 등이 금빛처럼 빛났지만
목마름의 환각이
죽음의 유혹을 넘어서자
하나둘 물가에 다가가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악어가 누의 앞다리를 낚아챈 후
숨을 끊기 위해 물속으로 잠수했다
생사를 오가는 죽음의 순간
누는 눈깔을 희번덕이며 마지막 힘을 쏟아냈다
악어강의 검은 물결에
죽음의 그림자가 엷게 미소 지었다
순간
힘이 잠깐 빠진 악어가 누를 놓쳤다
누는 있는 힘을 다해 물가로 기어올랐다
신은 어느 누구에게도 미소를 보내지 않는다
먹고 먹히는 자연의 순리는 신도 거스를 수 없다
목숨은 부지했으나 앞다리는 이미 부러져
무리에 다시 합류 했지만
생명의 시계가 언제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

마라강이 앞을 가로 막았다
물속에는 만찬을 손꼽아 기다렸던 악어가
강 건너에는 사자가족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죽음의 강이 인생 도처에 존재하지만
강을 건너는 것이 본능에 가장 충실한 것이다
누떼의 우두머리가
강을 건너기 위해 먼저 돌다리를 두드려 본 후
멈칫거리더니 이내 강물에 뛰어 들었다
뒤이어 무리를 지어 강을 휘젓기 시작했다
빠른 물살에 휩쓸려 여기저기 사체가 늘어가고
어미를 찾는 새끼와
새끼를 찾는 어미가 뒤엉켜
피난길에 흩어진 어린 아이의 울부짖음만이 공허하게 남았다
이 전쟁통에도
한 몫 챙긴 사자와 독수리의 숨 가쁜 축제 속에
마라강은 여전히 깊게 깊게 빅토리아 호수로 이어진다

넓게 펼쳐진 초원
이들은 한동안 이곳에 머물 것이다
푸른 초원은 생명으로 다시 붐벼 났다

강남역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먹이를 찾아
아침저녁으로 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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