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야타(入也打) 불입야타(不入也打)

 

 

“본래 자성은 안과 밖이 없이 공허하여 무릇 소가 수레를 끌고 가는데도 수레가 잘 가지 않으면 수레를 다그쳐야 하는가”

“아니면 소를 다그쳐야 하는가”

마조 스님이 남전스님에게 가르쳤듯이 만공스님이 전강스님에게 땅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입야타 불입야타(들어가도 때리고 들어가지 않아도 때린다)”고 하니 전강 스님은 발로 동그라미를 가만히 지웠다.

전강스님이 경봉스님에게 동그라미를 그리고 또다시 “입야타 불입야타”를 외치니 부채로 동그라미를 향하여 바람을 일으켜 그 표식을 지우는 태도를 취하였다.

전강 선사는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7살 때 어머니를 잃고 젖먹이 여동생이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세상을 버리는 참담함을 목견하고 계모가 들어왔는데 밥보다 매가 항상 먼저 였다.

14살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버렸는데 배다른 동생까지 두고 계모는 재가를 하였고 전강은 어린 동생을 업고 친척집을 찾아다니며 밥을 구걸 하였으나 대부분 구박을 당 하였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서러워 물에 빠져 죽으려고도 하였고 먼저 가신 어머님의 묘소에 찾아가 울면서 차라리 데려가 달라고 애원도 하였다.

할 수 없이 재가한 계모의 집을 천신만고 끝에 찾아 어린 동생을 안으로 밀어 놓고 방랑 생활을 시작하여 온갖 고초를 당한 후 불가에 귀의하였다.

수행 중에 오로지 의지를 하였던 두 살 위인 봉룡사미가 절간에서 잘생긴 신여성을 한번 마주한 이후로 상사병에 미쳐버려 스스로 목숨을 거두어 한줌의 재로 돌아가는 현실 앞에 삶과 죽음의 고락이 골수를 타고 드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을 수도 없는 현실이 마치 들어가도 맞고 안 들어가도 맞는 형국인 것이다.

전강 스님은 우선 눈에 보이는 동그라미를 지우고 마음속에 또 하나의 동그라미를 그려 그 안에 자리를 정하니 때릴 사람도 없고 맞을까 하는 두려움도 없어진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은연 중 그려진 장벽이 그 토록 사람의 마음을 힘들고 어렵게도 하였던 것이다.

무슨 일로 아무것도 없는 땅에 금을 긋고 울타리를 만들고 바람이 지나면 없어질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인가.

그것은 인간의 보이지 않는 욕망에 의하여 부질없는 명분을 쌓아 날이 갈수록 탐욕이 자라나기 때문이다.

이번에야 말로 국민들은 그동안 잘못한 선거로 인하여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참담함을 극복하고 마음속으로 사심을 버리고 진정한 후보를 찍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음에도 자꾸만 망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진정 난국을 타개 할 것인가.

그동안 수도 없이 지켜보았던 후보자들의 모습과 주장이 현란하여 도무지 알 수가 없고 우선은 듣기에 좋은 말만 하니 믿을 수가 없을 뿐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선량한 서민들을 상대로 공허한 약속을 남발하였기 때문에 나라의 동량을 선발하는 선거에 향하는 국민들의 발걸음 또한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하지만 투표장에 가기에도 마음이 무겁고 안가면 더욱 괴로운 것인데 국민의 한사람으로써의 권리를 포기하고 어둠에 물러나는 것이 과연 떳떳한 일인가.

부처님이나 예수님께서 환생하여 이 땅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들어가도 때리고 안 들어가도 때린다”고 한다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눈앞에 보이는 동그라미를 지우고 평안한 마음으로 비추어보면 어느 것 하나 중하지 않고 소홀한 것 하나 없으니 모든 물체가 부처의 견성을 갖추었으니 그 자체가 신성인 것이다.

전강 스님은 만물에 부처의 견성이 있음을 간파하여 23세가 되던 해 곡성 태안사 입구에서 득도 하였다.

마음속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속에 들어 참으로 평화로운 자세로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는 형상이 바로 만공 스님의 법어 이자 동량을 선출하는 국민의 도장이다.

성스럽고 경건한 표식 한방으로 진실하고 정직한 후보자를 찾아내는 인고의 갈등을 이겨내고, 겹겹이 쌓여진 마음의 장벽을 일시에 허물고 스스로를 겸손하게 하여 민족의 앞날에 희망을 가져다 줄 후보자를 찾아 나의 간절한 뜻을 심어 아낌없이 피력하여야 한다.

자신의 선택이 올바르게 행사가 되었다면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로 다음 세대를 향한 민족의 희망찬 미래를 떳떳하게 엮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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