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출입금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공시설 입구에서 종종 눈에 띄는 안내문이다. 여러 사람에게 이 표지(標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봤다. 우리 주변에서 워낙 자주 보아왔던 거라 그런지 대부분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 안내문은 잘못된 것이다. ‘출입’은 자기 의지로 어느 곳을 드나든다는 의미다. 애완견은 출입하는 게 아니라 단지 주인을 따라 가는 것이다. 이 안내문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그러기에 ‘애완견 동반금지’나 ‘애완견을 데리고 들어가지 마세요’라고 해야 옳다.

‘이 곳의 일곱개 좌석은 다른 곳 보다 바람의 영향이 적고 온도가 2℃ 높은 자리입니다.’ 지하철 내 많이 붙어 있는 안내문이다. 이 문장은 표현뿐만 아니라 띄어쓰기도 여러 군데 잘못됐다. 먼저 ‘이 곳의’는 ‘이곳의’로 붙여 써야 한다. ‘이곳’은 지시대명사에 명사가 결합된 합성어로 이미 한 단어로 굳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곳의’의 ‘의’도 불필요한 관형격 조사다. 발음마저 하기 힘들어 차라리 없는 게 읽기 편하다. ‘일곱개’는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써야 하기 때문에 ‘일곱 개’가 맞다. ‘곳 보다’에서 ‘보다’는 비교를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이기에 맞춤법에 따라 ‘곳보다’로 붙여 써야 한다.

‘적고’라는 어휘의 사용도 문제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 적다(少)는 ‘수효나 분량, 정도가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다’로, 작다(小)는 ‘길이, 넓이, 부피 따위가 비교 대상이나 보통보다 덜하다’로 정의하고 있다. ‘적다’와 ‘작다’의 바른 용법을 알기 위해서는 반대말을 적용하면 쉬워진다. ‘적다’와 ‘작다’의 반대말은 각각 ‘많다’와 ‘크다’이다. 이중 ‘영향’과 더 어울리는 단어는 ‘많다’보다는 ‘크다’이기 때문에 ‘영향이 적고’는 ‘영향이 작고’로 해야 한다. 그러기에 위 안내문은 ‘이곳 일곱 개 좌석은 다른 곳보다 바람의 영향이 작고 온도가 2℃ 높은 자리입니다’로 바루어야 한다.

지하철에 잘못 쓰인 공공안내문 예 하나를 더 들어본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는 생각보다 멀리 있지 말입니다!’라는 안내문이다.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배우 송중기 씨가 군인 역을 하면서 쓰던 말투 ‘~이지 말입니다’를 원용한 것이다. 이 안내문은 일시적인 유행어를 사용함으로써 진중(鎭重)해야 할 경고문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또 ‘멀다’라는 어휘 사용도 문제다. ‘멀다’는 주로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을 때 쓴다. 열차와 승강장처럼 20~30cm 정도의 이격(離隔)은 ‘거리’(distance)보다는 ‘폭’(width)이라 할 수 있다. ‘폭’의 경우 ‘폭이 넓다/좁다’ 하지 ‘폭이 멀다/가깝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 안내문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는 생각보다 넓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우리는 표준어를 구사해야 한다. 표준어는 모든 국민이 공통으로 사용하도록 제정된 것이므로 국민들로 하여금 일체감을 가지게 한다. 표준어는 교육에 의해 습득되는 것이기에 표준말을 제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교육을 많이 받았다는 징표가 된다. 또 표준어는 언어 규범이므로 법과 같은 것이다.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은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과 같다. 따라서 표준어 사용은 준법정신을 길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표준어를 배우고 익혀야만 하는 이유다.

특히, 공공안내문은 표현이 쉽고 정확하고 품위가 있어야 한다. 또한 바른 문자언어를 배워야 하는 어린이와 외국인을 위한 생생한 교육 자료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기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생긴 언어는 인간의 의식구조를 지배한다. 잘못된 공공안내문은 무의식적으로 우리 뇌리에 박혀 바른 언어 구사에 장애가 된다. 공공안내문을 어법에 맞게 표기해야 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바른 공공안내문 작성을 위해서는 국립국어원의 공공언어지원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