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상처

 

피 흘린 오월의 함성이

충장로에 깔려지면

비린내 나는 시장터에

고기 파는 아주머니 목이 멘다

 

시퍼렇게 질린 칼끝에

묻어 나오는

젊음의 아픔들

 

이 한밤

까만 저녁마저 깊게 잠든 밤에

무등산이 내려와

금남로를 거닌다

 

망망한 세월 위태로울 적마다

몸 살라 민족을 얻기 위해

시대 상처를 입었던

빛고을의 영혼

 

월마다 이맘때면

무등은 잠을 못 이룬다

 

동쪽 해 뜨는 언덕이

해지는 언덕이 될 때까지

목에 콱콱 죄여드는

희뿌연 안개

날아 떨어지는

그리고 흩어지는 장미 빛 언어

 

부둥켜 안고 흐느낌

아 형제여

우리 갈길이

이다지도 쓰리답니까

 

늪 속으로 처연하게

무등은 무덤을 판다

잠재워야 할

포근한 침대를 만든다

 

뜬 눈으로 지켜보던

도랑의 붉은 빛이

빗물에 씻기워

어데로 실려 갔는지

 

눈을 감고 생각하면

다 잊혀진

무상감만 찾아 든다

 

피 흘린 오월의 함성이

충장로에 깔려지면

비린내 나는 시장터에

고기 파는 아주머니 목이 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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