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 전진호 시인

 

옳지

다 내려 놓거라

그래 마음을 편히 갖거라

저 산들이 붉게 빛나지 않느냐

저 수평선이 발그레 하지 않느냐

 

내일 다시 떠오르겠다고

영생을 얻겠다고

아서라 뭐 그리 욕심을 부리느냐

한 세상 뜨겁게 달구었으면

한 세상 뜨겁게 태웠으면 그뿐

무슨 영원한 삶을 살겠다고

미련을 두느냐

내일 떠오르는 태양은 네가 아니라

또 다른 태양임을 왜 모르느냐

세상은 잠시 거니는 오솔길 같은 것

솔밭 길 사이 고운 추억 간직하고

춥고 배고픈자들에게

따뜻한 볕 고루 나눠 주었다면

족할 일

아직도 남은 것이 있거든

늦지 않았으니

다 태워 재라도 뿌리거라

 

다 내려 놓거라

마음을 편히 먹거라

온 세상이 평화롭지 않느냐

마지막 노을이

저리 흐드러져 항기롭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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