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견 오케스트라의 값은 해내

2009년 독일 시사지 ‘포쿠스(Focus)’가 선정한 독일 오케스트라 랭킹에서 베를린필등 독일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를 제외(1위 베를린필, 2위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3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4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5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하고 쾰른필하모닉은 6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2월10일 저녁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가진 쾰른필하모닉은 독일 중견 악단다운 제값은 하고 갔다. 특히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말러교향곡 제5번 4악장의 말미, 깊은 침묵의 시간을 연출한 것은 흡사 2015년 11월 늦가을밤을 설레게한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뮌헨필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의 말미. 1분여 넘는 깊은 정적이 소리없는 깊은 감동을 청중에게 선사한 연주를 흡사 연상케 했다.

쾰른필이 독일을 대표하는 메이저 오케스트라들처럼 글로벌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선뜻 얘기하기는 어렵다. 로컬의 이미지에 다소 가까운 쾰른필하모닉이 브람스교향곡 2번의 후반부 연주부터 독일 관현악의 본령을 일깨운 것은 그런 의미에서 독일 오케스트라들의 랭킹치곤 수준급의 연주로 평가되며 국내 오케스트라들의 연주에선 느낄 수 없는 해외 오케스트라만이 줄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연주감상의 기회가 됐다고 본다.

사실 최근 내한공연에서 독일 오케스트라 랭킹 10위권 안에 드는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지휘의 밤베르크심포니나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의 뮌헨필, 토마스 헹엘브로크 지휘의 북독일 방송교향악단, 성시연 지휘의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 각각 인상적 연주로 국내 클래식팬들을 만족시켰었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지휘의 밤베르크심포니는 지난해 10월 26-27일 첫날 베토벤 교향곡 6번과 5번, 이튿날 10월 27일에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7번 ‘미완성’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통해 과장된 몸짓 대신 관현악이 품고 있는 본래의 담백함을 맛보게 하는 블롬슈테트 특유의 어프로치가 인상 깊었었다.

2015년 11월 2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뮌헨필 공연은 본토 러시아악단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을 듣는 듯한 1악장부터의 연주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전임 작고한 로린 마젤보다 뮌헨필을 더 러시아적으로 잘 조련시켰구나 하는 느낌의 꽉찬 감상분위기를 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2015년 5월 26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북독일 방송교향악단(NDR Sinfonieorchester Hamburg) 내한공연은 매우 빛나고 파워풀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아라벨라 슈타인바허)과 기성의 틀을 거부한 말러교향곡 1번 연주로 회자된다.

지난해 9월24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성시연 지휘 도이치방송교향악단은 베토벤 발레음악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Op.43 서곡부터 상호 긴장감 넘치는 스파크를 일으키며 굽이치듯 부드러운 섬세한 성시연의 인상적 연주가 오아시스 같은 매우 만족스러운 연주로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의 박수갈채를 쏟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반부에 쾰른필과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한 노르웨이의 여류 바이올린 주자 빌데 프랑은 가녀린 이미지로 청명한 톤을 뽑아내는 것이 인상적이라 할만했고 쾰른필하모닉도 치열한 독일 오케스트라 시장의 틈바구니속에서 독일 오케스트라 랭킹 6위에 랭크된 저력의 수준급 연주로 독일 중견 오케스트라의 값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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