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시면 / 전진호 시인

 

떠나버린 지금

낯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숨이 멎을 듯한 잊혀진 보고픔이

영혼 깊숙한 설레임으로 잦아들면

첫 키스로 아려오던 상처마저

가냘픈 몸부림으로 헤어집니다

한사코 돌아올 거라며

손끝의 떨림이 식어 가는 밤

여울지는 기억의 편린들이

수선화 내음으로

한동안 가슴 아픈

추억의 골목길에 서성거립니다

거짓말은 클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믿는다고

누가 그랬던가요

가끔은

방황으로 일그러진

생의 발자취에

한올 한올 사모의 향기가 베어나지만

어쩌면

잊혀지지 않아

그리움의 발걸음을 밤으로 지새울지 모릅니다

이젠

검은 바람이 낯설지 않습니다

떠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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