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법치!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그것이 설령 악법일지라도 국법이나 국가에 복종하는 일은 시민의 의무이다. 떠날 때가 되었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가자. 나는 죽기 위하여, 당신들은 살기 위해, 어느 편이 더 좋은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다.”라고 독주를 마셨다.

“반드시 결혼을 하라.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요. 악처를 얻으면 철학자가 된다”며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해학으로 승화시키며, 인류의 역사에 있어 법치주의 사상의 모태가 되었다.

유럽의 중요도시를 여행하다보면 지금도 화려한 성당과 궁전이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고대국가로부터 중세봉건국가로 이어지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왕과 성직자로부터 착취를 당한 대다수 시민들의 생명고혈들이 황금빛으로 덧칠한 탑으로 변모하여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역겨움을 느끼기도 한다.

처절한 양방향의 침탈에 맛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시민들이 혁명의 기치아래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천부적 인간의 권리를 최초로 선언하였던 대헌장으로부터 진정한 자유와 민주의 깃발이 힘차게 나부끼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아침에 일어나 마주하는 태양빛과 신선한 바람이 우리 생명의 원천이고, 날마다 무심코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하여 쟁취하였는지를 이따금 망각하기도 한다.

왕과 봉건영주, 성직자로부터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 민주의 권리를 향유하려는 시민들이 처절한 사투를 통하여 쟁취한 권리가 말살되는 것을 방비하기 위하여 제도적으로 마련한 황금의 방패가 바로 법치주의인 것이다.

법은 오랜 세월 동안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시민들의 합리적인 사고와 토론을 통하여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모두가 평등하게 지키자는 사회적인 계약에 의하여 탄생이 되었을 것이다.

문자로 현출이 된 법률조문을 세심하게 살펴보면 제정당시 사람들의 고뇌와 번민이 느껴지고 최대한의 타당성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일 뿐 아니라,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한 흔적들이 비추어 보인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도덕과 법률은 헤겔의 변증법 원리인 정, 반, 합의 형태를 유지하며 끊임없이 발전한 것으로 보여 지는데, 시대의 흐름과 함께 약간의 변화가 있다손 치더라도 자유, 평등, 정의의 범주를 크게 넘어서지는 않았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여야 하며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될 것으로 누군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그 장벽을 무너뜨리면 독재가 될 것이며, 또 다른 강력한 무력에 의하여 자신들이 무너져도 더 이상 대항할 길이 없을 것이다.

시민혁명으로부터 쟁취한 자유, 민주, 법치주의를 시민의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질서의식으로 촛불집회를 통하여 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추위도 마다지 않고 잔잔한 포효로 불가분의 정의를 부르짖는 국민들이 바로 이 나라의 법이요 통치자인 것이다.

그동안 휴전의 상태로 남북이 대치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안보를 내세워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을 순간 모면하려는 행위에 국민들은 수없이 속아 오면서도 그저 숙명으로 받아들인 결과 통치 세력의 전유물로 활용되어 왔다.

민족 분단의 상황을 타개해 보려고 무기를 사들이거나 철조망을 높이 세우는 비용 대신에 공존공생을 모토로 하는 남북 간의 화해를 모색하여 통일을 대비한 정책에 대하여는, 오히려 퍼주기 또는 종북으로 매도하면서 민족의 분열을 조장하여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였던 것이다.

국가안보의 최첨단인 공적인 건물에 사사로운 목적을 위하여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마음대로 들락거리게 하는 것은 별 상관이 없는 것처럼 하였다가, 국민의 선택에 의하여 결정된 특검이나 탄핵절차에는 전혀 협조하지 않은 것도 모자랐는지, 오히려 정당한 법치주의에 입각한 수사절차 마저도 안보를 내세워 가로막는 것은 아전인수의 어불성설이 되고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틈만 나면 안보의 잣대를 필요에 따라 들이대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다는 타성이 역력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재직 중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소추를 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을 내세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조사나 수사까지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인 것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도 법치주의의 근간을 망각하고 공직선거법을 지키지 않았다가 낙마하는 후보자가 나올지도 모르는 위기의 순간에 우리 모두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덕목이 법치주의임을 가슴 깊이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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