싶 음 / 전진호 시인

 

딱 부러질지언정

휘어질 나무는 되고 싶지 않다

계절의 여왕처럼

화려한 장미보다

눈보라 속에 꿋꿋이 피어나는

매화꽃이 되고 싶다

봉분 산더미만한 무덤보다

어느 초라한 들녘에

이름 없이 묻히고 싶다

부귀권세에 안락한 삶보다

고통과 핍박 속에

지칠 줄 모르는 기상만으로

헐벗은 채 살고 싶다

화려한 불빛아래

유언 읊는 임종보다

누군가를 위해

피 쏟으며 목 잘리운 채 죽어가고 싶다

사계절 변하는 아름드리 산보다

만년설 뒤덮여

인적 없는 산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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