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 양여천 시인

가을과 그 가을 하늘이 
눈에 겨워서 
시린 눈을 부비며 잠에서 일어났네 

얼마나 머언 곳에 있는지 
해바라기 노오랗게 타버린 화단에서 애타게 부둥켜 안으려고 내밀던 고갯짓을 
미련하다 말 못하겠네 

코스모스 먹먹하게 피어 분분한 들길사이로 
자전거를 내달리며 바람에게 길을 묻네 
가을이 얼마나 머물다 가겠느냐고 

뜨겁거나 너무 서늘한 낮과 밤의 경계속에서 
우리는 높고 그윽한 하늘이 한걸음 더 멀어 지는 것을 보았네 
밤마다 미리내는 더 건널 수 없는 물골을 이루어 
나와 너 사이에 계절로 서겠네 
너와 나 사이에 눈이 시린 하늘을 수놓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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