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충격적이고 두려운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하면 극심한 스트레스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심리적인 반응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이라 한다. 대부분 갑작스럽게 일어나며 그 상황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당시 충격적인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공포감으로 인해 그 장소나 활동을 피하거나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하지 못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미국정신 의 학회 정신장애진단통계편람(DSM-V)에서는 불안장애의 하위유형으로 분류되며 급성스트레스장애가 6개월 이상 되었을 때 진단한다.

 

마음에 큰 상처를 가지고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전쟁, 자동차사고, 성폭력, 정서적, 신체적 학대, 지진, 홍수 등의 인재 및 자연재해에 노출된다. 또한 대형사고로 인한 대규모 집단적인스트레스재난 등의 심각한 외상적인 상황을 겪기도 한다.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고 직면하면서 감당할 수 없어 생기는 상처를 우리는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라 한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개인의 나약함과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나아지게 되고 곧 적응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재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심리적 회피와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대인관계에 있어서 무감각을 보이기도 한다. 심한 경우 공황발작이나 환각 및 환청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고 우울장애나 충동조절장애에 빠진다.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레인 오버 미’가 있다. 영화에는 9.11테러 당시 아내와 딸을 잃은 주인공 찰리 파인맨이 등장한다. 늘 주인공 찰리는 헤드셋을 끼고 있었고 상징적으로 보여 지는 세상과의 단절이었다. 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상담가는 주변 가족들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진심으로 보는 법을 몰랐고 찰리는 세상과 점점 멀어지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그렇게 폐인이 된 찰리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대학동기 존슨. 진심으로 그의 마음을 치유해주려는 존슨의 모습을 통해서 찰리는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된다.

현재 상담중인 30대 주부는 어릴 적 어머니가 남편을 닮은 자신을 미워했으며 동생들과 자주 편애했었다고 한다. 남편과 이혼 후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나갈 것을 이야기 했고 결국 22살에 결혼하지만 무능력했던 남편과는 1년 만에 이혼한다. 아기와 갈 곳이 없어 다시 돌아간 친정집은 냉랭했다. 모녀사이 갈등은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었고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중학생이 된 아이와 현재까지 머물고 있었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 극심한 스트레스상황이었고 심각한 공황장애와 불안, 불면증, 대인기피, 환영, 환청 등의 정신과적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는 세 가지의 증상이 상호작용하며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사건을 경험한 후 보통 3개월 이내 증상이 시작되지만 잘 지내다가 갑자기 한 참 뒤에 나타날 수도 있다. 외상을 경험하고 나타날 수 있는 세 가지 증상을 살펴보면 첫째,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고 장면이 자꾸 떠오르거나 사고 관련된 꿈을 꾸기도 한다. 이때 사건과 유사한 자극에도 마치 사고당일과 같은 정서적 상황을 경험한다. 이를 '재경험(reexperience)'이라 한다. 둘째, 불쾌한 기억과 감정을 차단하기 위해 외상과 연상된 생각, 느낌, 대화를 피하려고 한다. 장소, 활동, 사람들도 피하려고 하며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려한다. 이를 ‘회피와 무감각 증상(avoidance emotional numbness)'이라고 하며 감정표현과 정서적 반응이 억제된다. 셋째, 항상 위험에 처한 것처럼 느껴서 늘 경계한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화를 잘 내고 집중을 못하게 된다. 이때 '지나친 각성 증상(hyperarousal)'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날 때 감당하지 못하면 괴로운 기억을 둔화시키기 위해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을 남용하여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또한 고통스러운 기억과 의식에서 용납되기 힘든 생각, 욕망, 충동들을 무의식 속으로 넣어 기억 억압을 시킨다. 상황자체를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부정하는 부인(denial)방어기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건, 사고의 당사자가 아니어도 간접경험을 통해 정서적 외상에 빠지게 되는 ‘대리 외상 증후군(vicarious Trauma)’이 있다. 2014년 4월 16일 국민을 슬픔과 충격에 빠지게 했던 세월 호 침몰사건을 들 수 있다.

 

인간에게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에 대한 잠재력이 존재한다.

 

인간에게는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 심리적 상처를 경험해도 가족과 친구, 동료의 지지가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외상 사건의 영향에서 회복될 수 있다. 더불어 현재의 나를 지배하는 과거의 힘든 기억들을 애도와 함께 기억 너머로 보내버리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훈습(working through)'이라하는데 상담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 실패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오르려는 마음의 근력을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 한다. 큰 외상을 겪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사건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우리는 본래 수준으로 돌아올 수 없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역경을 이길 수 있는 잠재력. 즉, 회복탄력성이 있으며 사람마다 탄성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래서 “세월이 약이다”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 나만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아무도 날 대신해 줄 수 없다” - 캐롤 버넷-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관련 영화는 터널/2016,가을로/2006,레인오버미/2007,밀양/2007,책은 딸에게 주는 메시지/2015,공지영, 몸은 기억한다/ 2016, 베셀 반 데어콜크 드라마는 낭만닥터 김사부/SBS,2016, The K2/tvN.2016, 괜찮아 사랑이야/SBS,2014,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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