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별 / 전진호 시인

 

언제까지 이렇게 묻어가며

살아야만 합니까

갈대 부대껴

스치는 바람소리만

님의 설움을 움켜잡는 것일까요

정녕 돌아올까요

또 다른 씨앗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요

행여하는 마음에

꼭꼭 묻어봅니다

먼 훗날 또 나는

누군가에게 아픔으로 묻히울까요

돌아보면 님은

늘 제 곁에 묻어나지만

아득한 체취는

먼 하늘가를

떠돌고 있습니다

그날처럼 차가운 입술 언저리에

타오르는 갈꽃의 내음

꽃다운 시절이 바람으로 가버린 뒤

긴 세월 그리움 지고

이토록 모진 가슴 피어나는

슬프지도 않을 인생을

그렇게 살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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