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韓食)의 국제화로 식(食)문화 위상을 높이기

보문단지로 유명한 경주는 지역적으로는 보물단지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달포전 우리나라 역사 이래 가장 큰 지진이 경주에 일어났다. 마치 첨성대를 비롯해 신라 천년 고도가 다 무너진 듯 뉴스를 보도했지만, 화창한 늦가을날 오후 경주는 여행객으로 꽉 찼다.

경주는 관광 지출의 흐름으로 볼 때 관광개발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이런 연유로 관광사업체의 지역 내 지출을 더 늘리는 중이다. 특히 지역주민의 참여에 의한 지역의 전통적인 향토산업과 향토문화의 활성화를 통한 방법이 모색되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경주의 특성을 살린 볼거리, 먹거리 등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먹거리 중 매운맛 등급제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음식은 독특한 하나의 문화상품이다. 이를 잘 발전시키면 그것이 곧 한식(韓食)의 국제화다. 한식의 국제화는 산업적 의미와 문화적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한류 열풍을 잘 이용하면 한식의 국제화는 의외로 쉽게 이뤄질 수 있다. 한식의 국제화가 이뤄진다면 농촌 경제에 ‘단비’ 역할을 함은 물론 식(食)문화 위상을 높이는 바탕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식의 국제화는 어떤 분야 못지않게 중요하다. 

매운맛 등급제 확대 돼야

그렇다면 한식의 국제화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 한식이 가진 맛과 향의 특성을 여행객의 기호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매운맛을 가진 한국 음식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주지역을 여행할 때 음식점을 이용하다보면, 대부분 음식점이 매운맛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심지어 한국의 상징으로 매운맛을 내세운다. ‘한국’ 하면 ‘매운맛’, ‘매운맛’ 하면 ‘한국’이라는 것이다. 이럴 때, 외국인은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외국인도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생활화되어서 입맛도 그만큼 국제화되었다고 하지만, 매운 것을 먹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그렇게 많지 않다. 따라서 지나친 매운맛은 여행객의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다행히도 고추장의 매운맛 정도를 표시하는 표준등급이 확정돼 이르면 이달 말부터 등급표시제가 도입된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한국식품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CJ·대상 등 관련업계 및 협회 관계자들은 최근 고추장의 매운맛을 5단계로 구분해 표기하는 ‘고추장 매운맛 표기안’을 확정했다. 고추장의 매운맛 표기는 ‘GHU(Gochujang Hot taste Unit)’를 표준단위로 하고 덜 매운맛부터 순서대로 ‘순한맛’(GHU 30 미만), ‘덜매운맛’(〃 30~45 미만), ‘보통매운맛’(〃 45~75 미만), ‘매운맛’(〃 75~100 미만), ‘매우매운맛’(〃 100 이상) 5단계로 정했다.

근본적으로 고춧가루에 대한 매운맛 등급제가 실시돼야

문제는 매운맛 등급제는 강제사안이 아니라 자율사항이라는 것이다. 매운맛을 결정하는 ‘캡사이신’ 성분의 함량을 분석·측정할 시험기기가격이 5,000만~1억원대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다. 중소업체나 부업으로 고추장을 생산하는 농가들이 설치하기에는 벅찬 시설비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등급제가 정착되면 중소업체나 농가는 제품 신뢰도 향상 및 판매 촉진을 위해 표기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분석기법 개발 및 비용 지원, 지역별 거점분석센터 설치 등이 필요하다.

나아가서는 고춧가루에 대한 매운맛 등급제가 실시돼야 한다.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분석되면 고추장과 다른 가공제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앞으로 농촌관광시장에서 ‘맞춤 맛’ 음식문화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한류 열풍을 농촌관광으로 연결시키고 나아가 한식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매운맛의 세계 표준을 먼저 선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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