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싯돌에 비끼는 사랑처럼 / 양여천 시인

 

사랑은 주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입는 것이다 
하지만 상처를 받았다고만 생각하지말자 
그만큼 사랑도 받았으니까 
그만큼 상처도 주었으니까 
나만 아프다고 아우성치지 말자 
나만 사랑했다고 생각하지 말자
 
부싯돌처럼 너와 나 
가슴과 가슴으로 부딫쳐 닿을 때마다 
불꽃이 튀도록 아프고 아름다왔다 
우리는 충분히 젊었고 충분히 뜨거웠다 
영혼과 영혼이 부딫쳐 닿았기 때문에 
그렇게 아팠던 거다, 그렇게 사랑하고 
그렇게 미치도록 그리워 
바닷가 끝까지 달려가 우리를 막고 있던 
그 한없는 절망까지 물결쳐 달려갔던 거다 
그 보이지 않는 절규속에서 너와 나 
눈빛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었던 거다 
불꽃이 바스라지는 그 손끝에서 
함께 어우러져 찬란하게 춤을 추어보자꾸나 

사랑을 주었기 때문에 운명이 변했던 것이다 
별끝에 스러지는 그 어떤 우주보다도 
우리의 영혼을 창조하신 이가, 사랑하신 이가 
어떻게 얼마나 아프게 아프게 발끝을 끌며 
저 높은 곳까지 피흘리며 그 길을 걸어갔는지 
그만큼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만큼 상처를 안았기 때문에 
불타오르고 남은 재속에서 남은 삶 따위 
한웅큼이 채 되지 않는다 해도 
아프고 데인 상처투성이 너를 안아보자꾸나 
불꽃밖으로 손을 내밀어 너의 붉은 입술에 입맞춰보자꾸나 
사랑한다는 말이 어둠속에서 되돌아오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내민 손을 거두어들일 수 없는 거다 

사랑한 건 사랑한거니까, 불꽃처럼 한 줌의 후회도 회한도 없다 
사랑한다, 그래서 난 네 곁에서 살아 숨쉬고... 
행복하다. 오직 너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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