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 양여천 시인
심장에서 손끝까지 살을 밀어내고 나오는
내 안의 딱딱한 것
내가 널 밀어내면 그렇게 될까?
잊으려는 것은 절대 잊혀지지 않고
살을 덮은 그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시간이 고여 길게 하얀 혀를 내밀고 있다
달처럼 추한 것
어둠속에 달을 지우다 지우다
문드러진 자욱처럼 찍혀있는 것
잘라내고 조각조각 끊어내어도
이 손톱밑에는 너무 여리고 힘없는
내가, 다섯마리의 다섯, 내가
숨겨지지 않는 한 손가락 아래 웅크리고
여린 가슴을 애써 움켜쥐고만 있다
양여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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