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올림픽, 월드컵, 엑스포를 일컬어 지구촌 3대 축제라 한다. 이중 참가 규모, 환희와 감동적인 면에서 하계 올림픽을 으뜸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올림픽이 2016년 8월 남미 대륙에서는 처음으로 브라질 리우에서 열렸고 얼마 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인류 최대 쇼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당초 10-10을 목표로 했다. 금메달 10개로 10위 안에 든다는 것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로 5위를 했기에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아홉 개로 206개 참가국 중 8위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느니 절반의 성공이니 하고 갑론을박이다. 나는 10위 내 목표를 달성했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금메달 한 개 차이는 운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스포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못지않게 당일 날씨와 몸 컨디션, 심판, 상대 선수와 같이 내가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운도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메달 순위 면에서 우리보다 앞선 나라는 일곱 개뿐이다.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독일, 일본, 프랑스 등 모두 세계 강대국이다. 이중 인구나 면적 면에서 우리보다 열세인 나라는 하나도 없다. 반면, 우리 뒤에는 이탈리아, 호주, 브라질, 스페인과 같은 대국이 즐비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래 4개 대회 연속 10위권 내에 들었다. 실로 ‘대단한 대한민국’이라 아니할 수 없다.

스포츠는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감동은 스포츠맨십에서 나온다. 스포츠맨십은 정정당당하게 겨룬 후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다. 리우올림픽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여자 5000미터 예선 경기에서 나왔다. 함께 달리던 미국 다고스티노 선수와 뉴질랜드 햄블린 선수가 네 바퀴 넘게 남은 지점에서 서로 뒤엉켜 넘어졌다. 먼저 뛰어가도 모자란 순간, 일면식도 없던 두 선수는 손을 내밀고 상대방을 일으켜 세웠다. 0.01초 사이에 승부가 나는 육상경기에서 두 선수가 이런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사이 앞서 달린 선수들은 이미 멀리 가 있었다. 다른 선수보다 1~2분이나 늦게 들어온 두 사람에게 관중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경기 후 햄블린은 “모두가 메달을 원하지만 이기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맨십을 통해 사라져가는 올림픽정신을 보여준 경기였다. 사람들은 때로 1등보다는 꼴찌를 더 기억한다. 인생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전부가 아님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선전은 했지만 결과에 아쉬움은 남는다. 먼저 금메달이 특정 종목에 지나치게 편중되었다. 금메달 아홉 개 중 네 개를 양궁에서 땄다. 그밖에 태권도 두 개와 사격, 펜싱, 골프에서 한 개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축구, 배구, 핸드볼, 탁구, 배드민턴, 하키 등 구기 종목은 40년 만에 노메달로 대회를 마감했다. 유도, 레슬링, 복싱 등 전통적 강세종목도 부진했다. 우리나라는 메달밭이자 기초종목인 육상, 수영, 체조에서 전멸했다.

지금부터 4년 후 있을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기초종목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황영조, 박태환, 양학선이 있었기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가 기초종목이 부진한 이유는 초중고 꿈나무 발굴과 육성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학교체육 활성화를 통해 엘리트 선수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체육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학교마다 정규 육상트랙은 물론 실내수영장과 체육관 시설을 갖춰야 한다. 부끄럽게도 수영장이 있는 초등학교가 전체의 1.3%인 76개밖에 안 된다는 게 우리 현실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지론대로 교육의 우선순위를 현재의 지덕체(智德體)에서 덕체지로 바꿔야 한다. 체력은 국력이다. 학교 체육수업이 그저 시간 때우는 과목이 아닌 평생 내 건강을 위해 도움이 되는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운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 발굴되고, 이들을 엘리트 선수로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생활체육으로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고, 엘리트체육으로 국위를 선양하는 투 트랙(two-track) 시스템을 갖춰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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