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살아가는 건 다 아프다 / 양여천 시인

라일락 꽃향기에 안겨 길게 하품하고 있는 너를 나는 내 품에 꼭 안아 보고 싶다.
 

따스하고 바스락거리는 신문 포장지의 구김살, 그 안에 배긴 할머니 주름살, 두툼하고 투박한 굳은살속에서 꿋꿋히 살아왔던 오랜 세월이, 굳게 다문 입술이 입을 열지 않아도 묵묵히 두 손에서 전해져 온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자전거를 타고 비켜가는 나뭇가지처럼 네 머리카락에서 코끝을 간지럽힌다.
 

아릿하게 첨첨히 겹쳐서 나뭇가지에 맺혀 피는 꽃들이, 물에 닿아 자꾸만 젖는 손끝 마디에 트인 살에, 자꾸만 망가져서 덧칠을 해도 떨어지는 매니큐어가, 조금만 부딫쳐도 쉽게 멍드는 팔꿈치의 하얀 피부가, 하얗게 흩날리던 눈꽃의 안무처럼 자꾸만 눈앞에 어려온다.
 

나는 그런 너를 만나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작은 향기들에는 한없이 향그럽기 위해 반드시 늙은 고목들이 고단한 몸을 내려 놓았던 그 아픈 계절이, 발밑을 덮은 삼베 모시 이불처럼 힘없이 떨어졌던 낙엽들의 목숨이 있었다.
 

모든 살아가는 것들은 다 아프다. 그런만큼 그 살내음도 향그럽고 그립다. 가슴팍 젖살로 품어 안아 올렸던 울 엄마 젖냄새는 사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언덕을 달려 내려와 황급히 물렸던 그 겨드랑이의 젖은 땀냄새와 맞물려 있었다. 그만큼 다 비리고 저리던 세월을 참 아프게 자라났고 살아와서 이제는 곱디곱던 그 얼굴이 주름투성이가 되어 눈앞에, 이빠지고 검버섯이 더 많아도 분칠한 얼굴, 화장품 냄새와 향수로 가려진 그 얼굴들보다 더 고웁다.
 

분꽃이 그렇게 저녁 밥 지을 시간이면, 어둠이 내리는 가로등 담벼락 사이에 피어 아침이면 이내 고개숙일 것을 알면서도 나는 잠들때까지 너의 얼굴을 내 눈 속에 담아두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어귀에서는 반드시 네가 희망처럼 눈앞에 밤안개처럼 희미하게 적시는 눈물속에서 반드시 내 품안에 고개를 묻어 올 것을 꼭 믿고 싶다.

아프지만 아름답게 살아가야 한다. 사랑받으며 꼭 그렇게 잘 살아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