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들의 귀향

한가위가 다가왔다. 불현듯 추억 속의 섬진강 풍경이 떠오른다. 그곳에는 연어들의 고향이고, 안도현 작가의 문학세계에는 은빛연어가 있다.

아름다운 은빛의 몸을 지녔지만, 다른 연어와 좀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 연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그래서 늘 무리 가운데에서 헤엄을 치면서도 외로웠다. 자신이 태어났던 ‘초록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험난한 바다를 가로지르다가 그만 사랑하는 누나마저 잃었다. 허나 은빛연어는 초록강으로 가는 길을 멈추지 않았다.

눈 맑은 연어와의 사랑이 은빛연어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연어의 고향 초록강에 왔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쉬운 길과 모두가 두려워하는 높은 폭포를 사이에 두고 은빛 연어는 두려움 없이 폭포를 뛰어넘는 길을 선택했다.

이렇듯 연어는 자신이 자랐던 곳에서 멀리 떠나와 성장한 후에도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연어가 자신의 고향을 되찾아가듯 한가위가 되면 사람들도 고향을 찾는다.

 

추석명절 어디로 가나

가족 친지와 함께 차례를 지낸 다음 성묘를 마친 뒤 또래 아이들과 철없이 뛰놀던 황금들녘, 뒷동산 대나무를 잘라다가 곱줄을 달아 피라미를 낚던 개울천, 동구 밖 코스모스밭에서 술래잡기하는 중에 탐스럽게 익은 조롱박을 따다가 들켜서 술래가 된 일. 보름달이 떠오르는 밤이면 골목골목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하루 종일 들렸었다.

하지만 올해는 추석 연휴기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숫자가 다른 때 보다 크게 늘 것이라고 한다. 차례 대신 여행으로 추석 연휴를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줄지어 해외 관광길에 나설 만큼 씀씀이가 나아진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달러가 되기도 전에 해외여행을 선택한 경우다.

 

밀레의 경종

반면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난 화가 밀레는 일생 동안 일하는 농부들을 그의 화제로 삼았다. 이삭줍기, 만종, 양치는 소녀, 씨를 뿌리는 사람 등의 대표적인 작품만 보아도 농촌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는가를 알 수가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농촌지킴이’이었던 밀레의 슬픈 사연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교훈을 던져준다. 당시 농촌의 아름다운 전원과 농부들을 그렸지만 당시에는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밀레가 「접목을 하고 있는 농부」를 그리고 있을 때였다. 그림 한 점 팔지 못한 밀레는 불기 없는 냉방에서 그림을 그렸으며 아내와 아이들은 며칠째 굶고 있었다. 식량과 땔감이 떨어진 것이다. 그림을 완성한 밀레가 기쁜 얼굴로 가족들을 돌아보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핼쓱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밀레는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목이 메었다. ‘어서 빨리 이 그림을 팔아서 양식을 구해와야지.’

밀레가 주섬주섬 웃을 입고 있는데 친구인 루소가 찾아왔다, ‘여보게 밀레, 내가 기쁜 소식을 가져왔네. 드디어 자네 그림을 이해하고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단 말일세.’ 루소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에게 돈을 주며 대신 그림을 골라 오라고 부탁했네. 자, 여기 돈 받게나.’ 루소는 두툼한 지폐 뭉치를 밀레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그리고 밀레가 막 끝낸 그림 「접목을 하고 있는 농부」를 들고 돌아갔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밀레가 루소의 집을 방문했다. 루소는 마침 외출 중이어서 밀레는 루소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쪽 벽에 낯익은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그림을 본 밀레는 깜짝 놀랐다. 그것은 몇 년 전에 밀레가 그린 「접목을 하고 있는 농부」였던 것이다. 루소의 따뜻한 마음을 안 밀레의 가슴은 뭉클해졌다. 그의 눈엔 눈물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밀레의 ‘만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 주고 있다. 보지 않았던가. 석양을 등지고 손을 모으고 기도하면서 서 있는 두 사람을, 그 기도는 농촌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농부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그림에 담은 밀레의 다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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