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주의가 식생활 서구화의 범인

서구 식생활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유교주의다. 유교주의는 식생활의 서구화를 쉽게 확산시켰다. 유교에는 유교의 도덕적 바탕이 되는 삼강오륜이 있다. 그 중에서도 삼강이 먼저다. 삼강은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을 뜻한다. 신하는 임금에게 절대 복종하고, 자식은 부모를 공경해야 하며 아내는 남편을 섬겨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유교사상 속에는 위와 아래를 구분하여 윗사람에 대한 공경과 함께 섬김과 복종의 교훈이 있다. 이처럼 공자는 삼강을 통해 상하관계를 도덕적 규범으로 고정시켜 차별화 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윗사람에 대한 섬김과 복종을 강요했다. 이러한 유교사상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

그래서 유교사상이 지배하는 동양사회는, 수평적 서구사회와는 달리 수직적 질서가 뚜렷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모두가 그러했다. 이 때문에 유교사상이 뿌리 깊은 동양사회는 임금은 물론 임금 아래에 있는 모든 관료들까지도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되었고, 일반 평민은 이들에게 절대 복종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동양사회는 관료들이 민중 위에 군림하는 이른바 관료주의 사회를 만들어 냈고,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서구사회는 민주사회를 탄생시키는 기틀이 되었다.

유교사상 아래서, 임금이나 관료와 같은 존재는 일반 서민에게는 대단한 권위로 여겨졌다. 상위 계층의 행동 역시 하위 계층에게는 당연히 본받고 따라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었다. 나아가서는 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절대적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동양에서는 상위계층의 행동과 태도가 일반서민에게까지 손쉽게 침투되었다.

이런 사회구조를 식생활과 연관시켜보자. 우리사회에서 서구 문화를 일찍 경험했던 계층은 고위 관료와 같은 상위계층이다. 그리고 이들이 묻혀 들여온 서구 식생활이 유교문화적인 질서를 타고 일반 대중에게까지 침투하게 되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유교문화권에서는 아랫사람들이 자기가 먹고 싶은 것들을 자기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밥상에는 항상 윗사람이 좋아하는 음식들만이 올랐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아랫사람은 먼저 수저를 들지 못했다. 윗사람이 들어야 아랫사람도 수저를 들었다. 아랫사람은 그저 윗사람이 좋아하는 음식만을 따라 먹을 수밖에 없었고, 아랫사람은 거기에 순종해야 하는 철저한 복종이 있었다.

이처럼 유교문화는 윗사람이 먹으면 아랫사람도 먹어야 되고, 먹지 않으면 나도 먹을 수 없는 상위 중심의 식생활 문화를 만들어 냈다.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이 식생활의 서구화를 촉진

식생활의 서구화를 촉진시킨 다음 요인은 사람들의 신분상승에 대한 염원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신분적 서열이 있었다. 물론 유럽사회에도 승려나 귀족, 시민, 농노와 같은 신분적 서열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신분이나 지위에 애착을 갖는 민족도 드물다. 경우에 따라서는 승진하나만을 바라보며 직장에서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내기도 하고 또 승진과 관련하여 수많은 뇌물이 오가기도 했다.

신분은 개인의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의미한다. 그리고 개인의 지위는 인간의 능력보다는 신분에 의해 정해졌고, 또 서열이 결정되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배 ․ 피지배 관계의 두 신분사이에는 늘 단절과 복종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양반들은 과거시험을 통해 관직에 나가 나랏일에 참여하였으나, 양반이 아닌 자들은 양반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세금을 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높은 지위를 얻어 남으로부터 섬김을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런 신분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나는 운명적인 것이기도 했다. 특히 봉건사회에서는 정치권력에 의해 신분이 고정되고 세습화되어 신분의 이동이나 상승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배계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늘 소수만을 고집했다. 우리나라도 지배계층이었던 양반은 언제나 소수였다. 조선시대의 지배계층인 양반은 겨우 전체인구의 1.78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은 이웃 일본이나 유럽도 비슷했다. 1789년 프랑스의 경우, 지배계급은 0.5~0.6퍼센트에 불과했고, 일본 역시 5~6퍼센트에 그쳤다.

이렇듯 식생활의 서구화의 주범은 유교주의와 사람들의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에 기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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