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전철을 타고 가다가 들은 아주머니 두 분의 대화다. 한 아주머니가 ‘나 매년 200만원 주고 건강검진 하는데 3년째 몸에 전혀 이상이 없고 건강하다네.... 어제도 너무 기분이 좋아 삽겹살이랑 소주랑 많이 먹었는데.....’ 그 옆의 아주머니 대답 ‘나 아는 분은 300만원 내고 최신 기계가 있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아주 정상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6개월 뒤에 간암 말기라고 하여 오늘 내일 한다는데......’ 갑자기 옆의 아주머니 표정이 어두어졌다.

국민들의 경제적 소득이 증대되고 성인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 소비자들은 건강을 위해 각종 운동 뿐 아니라 질병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혈압, 당뇨 등 성인병이 증가하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암으로 사망하거나 투병생활 하는 것을 보면서 점차 본인의 건강에 더 많은 위협을 느끼는 것 같다. 국가의 복지 정책에 따른 무료 건강검진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최근에는 개인 및 사업장의 단위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특히 5월에는 어버이날이 있어 자식들이 부모님의 건강을 염려하여 선물로 건강검진을 예약하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건강검진은 과거 병원급 의료 기관이 주로 지정되었으나 1995년 근로자 건강 진단이 의료보험으로 이관되면서 검진 기관이 대폭 확대되었고 소비자들은 어느 검진 기관이 어떤 정도의 검진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일반 X-ray나 CT를 찍는 기계는 좋은 기계인지 혹은 노후된 기계인지, 내시경을 하는 의사의 시술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 영상을 판독하는 의사가 있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작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손숙미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의원에게 제출한 ‘영상의학 장비 필름 화질 평가 결과 보고’ 자료에 의하면 6개 영상의학 장비 필름 품질 검사 결과, 품질 관리 권고 수준에 해당하는 60점 이하의 불량 장비가 전체 1456대 중 20.9%인 305대, 초음파 검사기의 경우 적정한 영상 수, 검사 정보, 화질 등으로 평가한 결과 2006년 280대 중 131대(46.8%), 2007년 320대 중 101대(31.6%)가 품질 관리 권고 수준인 60점에 미달한 것으로 조사되어 성능 개선이 시급하다고 보고한 적도 있다.

소비자가 임의로 선택한 병원에서 질병의 조기 발견을 위해 고액을 주고 건강검진을 받거나 혹은 무료 건강검진을 받은 후 질병의 조기 발견은 뒤로 하고 오히려 위장이나 대장 내시경 중 장 천공이 발생한 경우, 폐암이 있는 필름을 정상으로 오판하여 조기 치료의 기회를 놓치거나 혹은 자궁암이 있는데 발견하지 못한 경우, 미혼 여성에서 무리한 자궁암 검사로 처녀막이 파열된 경우,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었음에도 수검자에게 정확한 결과 고지를 하지 않아 갑자기 급성 심근 경색이 발생한 경우 그 외 건강검진 결과 미통보, 지연 통보 등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건강검진 관련 주요 상담 내용이다.

2007년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건강검진 관련 분쟁 사건을 심의한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60세가 훨씬 넘은 신청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특정암 검사를 위해 병원에서 위장 조영술을 받은 경우인데 검사 결과 정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체중이 계속 감소하고 복통이 발생하여 몇 개월 후 병원을 찾은 결과 위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고 종양 크기가 5cm나 된다고 했다. 위암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3년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 가족들이 분개하여 병원을 상대로 민원을 낸 경우이고 분쟁조정위원회 심의 때 병원 측 담당자가 출석했다. 건강검진을 한 병원은 지방의 병원이긴 했으나 영상의학과 의사가 전무하여 외부의 개인 영상의학과 의원을 한군데 정하여 1년에 6,000~7,000건 정도의 건강검진 필름 판독을 의뢰한다고 진술하였다.

신청인의 위장 조영술 필름은 위장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화질이 낮은 필름으로 재검사를 해야만 판독이 가능한 필름이었으나 ‘위장 정상’으로 판독하여 소비자에게 통보했던 것이다. 이 사건은 건강검진을 한 병원 측에게 위암 오진에 대한 위자료 배상을 하도록 결정하였다. 이 경우 역시 소비자가 혹을 떼려다 붙인 경우이다.

이처럼 건강검진이 독이 아닌 약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병원, 의료인, 소비자 등이 모두 유의하여 소비자는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르고, 공단은 건강검진 기관 선정 및 관리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관련 병원과 의료진은 국민들의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여 건강검진 시행 및 결과 판독에 신중을 기하여 국민들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고 의료 분쟁을 예방하여 안정된 의료 환경 조성에 우리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 건강검진 관련 소비자 유의 사항 8가지 ♣
1. 건강검진 기관 선택 시 비용, 검사 항목, 검진 기관 내 영상 판독 의사 유무 등을 확인한 후 신중하게 병원을 선택 한다(가능하다면 내시경 시술 의사의 나이, 경력 등도 문의).
2. 건강검진 전 본인의 과거 병력이나 이상 증상에 대해 문진표에 정확히 기재한다.
3. 건강검진 전 병원에서 지시하는 사항(아스피린 복용 중지 등)을 반드시 지킨다.
4. 미혼 여성의 경우 자궁 경부암 등 부인과 검사 시에는 본인이 미혼임을 고지한다.
5. 건강검진 후 결과 통보가 지연될 경우(대략 1~2주일 내 통보됨) 결과 확인을 위해 문의한다.
6. 건강검진 결과의 통보 내용을 의학 용어로 기재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건강 검진 기관에 문의하여 꼭 확인한다.
7. 건강검진 결과 이상 소견이 확인되면(예, 유방, 갑상선, 자궁에 혹 등)의사의 지시에 따라 추적 관찰한다.
8. 건강검진 결과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은 경우라도 신체에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는 신속히 병원 진찰을 받아보도록 한다.
 

■ 글 / 권남희/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조정2팀 차장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